최진정 사천중학교 교사.
최진정 사천중학교 교사.

[뉴스사천=최진정 사천중학교 교사] 긴 겨울방학을 마치고 대부분의 학교가 개학을 했다. 가방을 메고 건널목을 건너오는 학생들을 맞이하는데, “방학 잘 보냈어?”라고 건네는 인사에 “선생님도 잘 보냈어요?”라며 반갑게 안부를 묻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다시 시작하는 일상에 감사할 따름이다.

두 주일 전부터 학생들을 맞이하려 교육과정을 짜고, 학급을 배정하고, 방역 매뉴얼에 따라 준비를 한 학교에서, 선생님들은 아침 일찍부터 중앙 현관에서 아이들의 체온을 재면서 새로운 한 해에 대한 기대와 안녕을 기원한다.

‘새로운 학급에서 친구들과 잘 지내고 있는지, 소외되는 아이는 없는지, 아픈 아이는 없는지’ 염려되는 마음에 교실을 둘러보면, 삼삼오오 모여서 서로 껴안고 장난치며 “학교에 오니까 너무 좋아요. 선생님!”, 점심을 먹으며 “오늘 급식이 너무 맛있어요.”라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일상의 소중함이 절실하게 느껴진다. “아무리 친구가 반갑고 좋아도 방역 거리를 지켜라!”라는 말밖에 할 수 없는 현실이 서글프다.

“무엇이 중한디?”라는 말은 얼마 전에 종영된 한 드라마에서 가장으로 책임을 묵묵히 다하는 늙은 아버지가 유행시킨 대사다. 수십 명에서 수백 명의 아이를 맡아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마음이 이 늙은 아버지의 마음과 같지 않을까 싶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지내야 하고, 또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소외되지 않고 심리적 정서적으로 상처를 받지 않아야 한다. 무책임한 부모에게 방치되거나 학대받는 아이들이 없는지 살펴야 하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지도 어머니의 마음으로 돌봐야 한다. 첫째도 안전, 마지막도 아이들의 안전과 건강이 최고의 관심사다.

아이들 방역과 확진자 관리, 온라인 수업과 대면 수업 등으로 선생님들도 힘들다. 마스크 때문에 친구 얼굴도 모르고 생활하는 아이들도 숨이 가쁘고, 불경기에 생업에 매달리는 학부모님들도 많이 지쳤다. 그러나 확진자 수가 25만여 명에 달한다는 뉴스 보도를 보면서도, 또 내 가족과 이웃이 코로나에 걸리는 현실과 지난 2년 동안 불안에 떨면서도 K-방역에 대한 믿음과 자부심이 있다. 이제 조금만 더 견디면 우리가 바라는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힘들고 어려울수록 우리 아이들의 건강과 올바른 성장을 위해서 교사와 학부모님과 아이들이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서로 이해하고 도와가며 어깨 걸고 나갈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올해 졸업한 학생들의 추억이 담긴 앨범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아이들의 얼굴을 떠올려 보았다. 참 낯선 아이들이 많다. ‘이런 아이가 우리 학교에 다녔나?’란 생각이 드는 얼굴도 절반이 넘는다. 빨리 얼굴을 맞대고 웃을 수 있는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빌고 또 빈다.

[꼭두각시 인형의 고백]

아, 내게 아주 짧은 순간이라도 생이 주어진다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고 지나가는 날은
단 하루도 없으리라.
내가 그들을 사랑한다는 것을,
한 사람 한 사람, 각각의 여자와 남자에게
내가 그들을 얼마나 마음에 두고 있는지 알게 할 것이다.

- 조니 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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