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사천] 괴물들이 사는 궁궐

『괴물들이 사는 궁궐』무돌 글·그림 / 노란돼지 / 2021
『괴물들이 사는 궁궐』무돌 글·그림 / 노란돼지 / 2021

[뉴스사천=김혜진 삼천포도서관 사서] 양옆으로 무시한 뿔이 달린 해치가 버티고 있는 정문을 살금살금 지나 비늘이 온몸을 뒤덮은 천록이 있는 개울가를 후다닥 건너면 보기만 해도 절로 겁나는 사자가 어흥! 어이쿠! 깜짝 놀라 뒤돌아서면 뾰족한 톱니 이빨을 드러낸 불가사리가 혼을 쏙 빼놓는 여기는 궁궐, 경복궁이다.

평소 못된 짓만 해 대는 두억시니는 백악산 아래 사람들이 멋진 궁궐을 짓고 훌륭한 괴물들을 초대했다는 소식을 듣고 가보고 싶었지만 오라는 연락이 없어 잔뜩 심술이 난다. 궁궐에 못을 박아 망쳐 버리기로 결심한 두억시니는 어둑시니, 꿈벌레, 불귀신 등 나쁜 요괴들을 불러 모은다.

궁궐로 몰려간 요괴 일당은 문 앞에 터를 잡은 정의로운 해치를 정신없게 만들고 재빨리 달려 사악한 것을 깨끗하게 바꾸는 천록이 지키는 두 번째 문까지 거침없이 통과한다. 근정전까지 쳐들어간 놈들은 천지로 날뛰며 사람들을 괴롭히다 사나운 사자의 기상에 눌리고 나쁜 꿈을 먹는 불가사리에 잡아먹힌다. 

혼비백산해 경회루까지 혼자 도망친 두억시니가 한숨을 돌리는 찰나 지붕 위 잡상들은 곧 사방신이 와서 혼내줄 거라며 놀린다. 겁도 나고 화도 난 두억시니는 추녀마루에 못을 치려다 연못에서 나타난 괴물 중 으뜸인 용에게 호되게 당하고 궁궐 밖으로 줄행랑친다.

두억시니 무리가 궁궐을 헤집고 다닌 동선을 쫓다 보면 수백 년 넘게 궐을 지켜온 수호신들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정문은 광화문이고 영제교를 건너면 근정문, 가장 큰 마당이 있는 공간은 근정전, 드넓은 연못 위에 있는 으리으리한 건물은 경회루라는 경복궁에 관한 깨알 같은 지식은 덤이다.

카카오프렌즈, 니니즈 같은 캐릭터는 익숙해도 동서남북 하늘을 지키는 현무, 백호, 청룡, 주작은 처음 들어봤을 아이들과 맨 뒷장에 있는 궁궐 지도를 펴놓고 신비한 괴물 알기 놀이를 해보자. 책 귀퉁이에서 찾아낸 봉황의 맑은 기운이 큰 복을 가져다줄지도!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