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은 다시 갯벌로, 밭은 풀과 나무에게.. 객으로 남은 '사람'

▲ 광포만 입구에 있는 띠섬
사람이 살다 육지로 이주하고 난 후, 섬은 어떤 모습으로 변화될까? 사람이 살았던 흔적은 어떤 모습으로 남아있을까? 배를 타지 않고 걸어서는 들어갈 수 없는 곳 , 그래서 더욱 궁금 했던 띠섬. 광포만을 수없이 오가며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던 띠섬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드디어 생겼다.

부산 MBC ‘다도해’ 촬영팀과 함께 구랑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띠섬으로 향했다. 띠섬은 모도라고도 부르는데 광포만 입구에 있다. 곤양면 중항 안도, 고동포와 서포면 조도, 구랑리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데 1975년까지는 사람이 살던 섬이다. 지금은 섬에 살던 주민이 떠나 무인도가 되었다.

▲ 거주하던 주민이 쌓은 방조제
▲ 섬 남쪽에 있는 작은 습지
현재는 이곳에 살던 주민이 남쪽 작은 만 입구에 방조제를 쌓아 논을 만들어 농사를 지었던 흔적과 무너져 내린 집, 집 근처에 심었던 감나무 흔적만이 남아있다. 동쪽 언덕 부근에는 밭을 일구어 밭농사도 지었다고 한다. 밭농사를 지었던 곳은 수풀이 우거져 있다.

▲ 밭농사 흔적이 남아있는 동쪽 언덕

섬에 사람이 살 수 있는 조건은 물, 농경지, 땔감을 구할 수 있는 산, 집을 지을 수 있는 공간 등이다. 띠섬은 이런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남쪽 해안 부근에서 물을 구할 수 있다. 섬인데도 오히려 육지인 구랑리 보다 물의 양이 풍부한 편이었다고 인근 주민이 옛 얘기를 들려 준다. 약 2640㎡(800여평)의 간척한 논과 약간의 밭이 있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조건도 갖추고 있다.  땔감을 구할 수 있는 울창한 숲, 집을 지을 수 있는 땅도 있으니 사람 살기에 적당한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는 셈이다.

▲ 북측 사면은 가파른 바위 절벽이 펼쳐진다.

사람이 살았던 남쪽 해안가에는 대나무 숲이 울창하고, 북쪽 면은 가파른 해안절벽이 펼쳐진다. 논이 있던 자리에는 방조제 둑이 터진 후 바닷물이 들어와 작고 아담한 습지가 형성되어있다. 갯벌 주변으로 갈대밭과 염생 식물 군락지 그리고 울창한 숲이 들어차 있다. 갯질경, 갯방풍, 해국, 갯잔디 같은 염생 식물 군락이 보이고, 상수리나무, 졸참나무, 곰솔, 참느릅나무, 노간주나무, 후박나무 등이 숲을 이루고 있다.

 사람이 살다가 떠난 섬 그 후엔? 온갖 야생 동식물의 삶터가 되어 있었다. 집이 있던 자리엔 대나무가 울창하게 자라고 있다. 집은 무너져 내린 상태로 대나무 숲 속에 그대로 남아있다. 논농사를 짓던 논은 갯벌로 변했고, 밭은 식물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 사람이 살았던 잠쪽 해안 전경
 배가 섬으로 다가가는 순간 숲 속에서 쉬고 있던 말똥가리 한 마리가 사람들의 접근에 놀라 하늘로 날아오른다. 띠섬 주변엔 수리부엉이, 매, 참매, 물수리 등 천연기념물 또는 멸종위기에 처한 맹금류도 다수 서식하고 있다. 맹금류가 많다는 것은 섬 주변에 맹금류의 먹이가 되는 오리나 도요물떼새 등 각종 새들도 많이 살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한편 띠섬의 생태, 역사 이야기는 촬영이 마무리 되는대로 부산 MBC '다도해' 프로그램으로 방송될 예정이다.

▲ 부산 MBC '다도해' 방송팀이 띠섬을 촬영하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