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섭 시인.
송창섭 시인.

[뉴스사천=송창섭 시인] 몸은 경이롭고 불가사의한 신비체입니다. 발은 몸의 한 부분으로 사람의 심장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다리의 끝자락에 자리를 잡고, 체중을 떠받치며 땅을 디뎌 지탱하거나 움직이는 기능을 맡습니다. 공간에서 공간으로 수평 혹은 수직으로 이동할 때에 제 역량을 표출합니다. 발은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는 운동과 맞닥뜨렸을 경우에 그 상징성이 한층 돋보입니다. 그럼에도 발은 제 값어치를 인정받기는커녕 평가 절하 그 이하의 푸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심지어 발을 사용하면서도 발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하고 사는 적이 많습니다. 이는 무언의 발이 겪는 황당한 차별이기에 애정 어린 치유가 필요합니다.

발은 주인으로부터 얻는 인지도가 높을수록 진가를 발휘합니다. 발은 주인이 칭찬해 주고 신뢰하는 걸 무진장 기뻐합니다. 이러한 발은 기쁨이나 슬픔 따위의 감정을 직선적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발은 대부분의 시간을 선천성 박해 환경 속에서 보냅니다. 발의 처지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과정은 그래서 의미 깊고 중요합니다. 발의 특장을 새롭게 해석해서 살린다면 발의 임자는 자신을 환골탈태시키는 기회를 포착할 수 있습니다.

나는 오랜 기간 발을 혹독하고 잔인하게 부려먹었습니다. 족권(足權)을 침탈하고 홀대했습니다. 정도가 심해 타인과는 비교 불가 수준이라 하겠습니다. 발의 효용 가치와 진면목의 의미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중뿔나는 짓입니다. 그럼에도 편협적인 사고로 안긴 발의 상처를 자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발의 권익을 알리는 작업이 그 시작점입니다. 

길을 걷고 달리는 것은 발이 인내하고 극복해야 할 행위입니다. 양말과 신발은 외부 요인으로부터 발을 보호하는 순기능을 갖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숨통을 콱 죄어 틀어막고는 갑갑증을 불러일으킵니다. 시야를 차단하여 천지 분간을 못 하는 암흑세계로 몰고 갑니다. 더위로 흘린 땀을 배출하지 못한 채 퀴퀴한 냄새를 풍깁니다. 온종일 신은 신발에는 수억 마리 이상의 세균들이 우글거립니다. 세균 저장고, 세균 양성소라 이르는 근거입니다. 이 가운데에 백선균, 칸디다균 등은 무좀을 비롯한 피부 질환을 유발하여 남모르는 고통에 시달리게 합니다. 양말과 신발이 주는 역기능의 폐해를 견디다 못해 일으킨 발의 쿠데타입니다.

발은 아무렇게나 부려도 괜찮은 하찮은 물건이 아닙니다. 발의 울화를 해소하려면 매일 씻고 깨끗이 말려야 합니다. 발의 피로를 풀기 위해서는 족욕을 하고 마사지를 합니다. 발이 건조하면 유연하게 해 주는 연고, 크림 따위의 피부 보호제나 치료제를 바릅니다. 

운동을 하고 나면 나는 으레 목욕탕을 찾습니다. 냉온욕을 하면서 다리, 발 등 온몸을 주무릅니다. 고생한 몸과 대화를 나누며 위로하고 고마움을 표합니다. 무생물인 돌이나 물도 지속적으로 칭찬하거나 모욕할 때 나타내는 반응은 전혀 다릅니다. 혈이 통하고 신경세포가 살아 있는 발은 더할 나위가 없습니다. 주인의 명을 따르는 발은 주인의 따스한 마음과 손길을 기다립니다. 발의 위대함을 사랑하지 않고는 드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없으며 세상을 품는 일은 더욱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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