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자 협상 소득 없이 끝나.. 민주노총 집회 열어 ‘복직 투쟁’ 선언

20일 열린 3자협상 결렬로 삼천포하수처리장 위탁업체 변경에 따른 직원 고용승계 논란이 길어질 조짐이다. 이날 오후 사천시청앞에서 규탄집회를 열고 있는 사천하수처리장노조.
삼천포하수종말처리장 위탁업체 전환 과정에서 두 노조간부에 대한 고용승계거부로 불거진 갈등이 길어질 전망이다. 업체와 노조 그리고 사천시가 20일 협상테이블에 앉았으나 업체대표가 기존 입장을 고수하자 노조는 규탄집회로 맞섰다.

삼천포하수처리장 위탁관리를 맡은 (주)환경시설관리공사 전달근 운영본부장 등 업체 관계자와 최근 이 업체가 고용승계를 하지 않아 실직자 신분으로 전락한 박경수 노조지회장과 박진석 사무국장이 한 자리에 앉은 것은 이날 오전11시. 김수영 사천시장을 대신해 얼마 전 부임한 정유권 부시장이 중재자 역할로 함께 앉았다. 취재진은 들어갈 수 없는 상황.

이들은 1시간 동안 대화를 나눈 끝에 낮12시께 1차 협상을 끝냈다. 중간결과는 업체측이 “사규에 따라 진행한 일인 만큼 되돌릴 수 없다”는 강경한 자세를 유지함에 따라 아무런 진척이 없었던 셈.

사천시가 12월30일 상호 협의한 내용을 언급하며 “당시 안정적인 고용승계를 약속할 때는 모든 직원을 고용승계 하겠다는 것이 바탕에 깔려 있지 않았느냐”고 따졌지만 업체 측은 까딱도 하지 않았다고.

잠시 쉬는 틈을 타 협상내용에 관해 의논하고 있는 노조측 관계자들(왼쪽부터 이정희 사천시의원, 박경수 지회장, 이창섭 일반노조정책국장, 박진석 사무국장, 이상헌 사천진보연합집행위원장).
세 주체는 10분 정도 따로 이야기를 나눈 뒤 다시 만났으나 대화시간 10분을 채 넘기지 않고 자리를 박찼다. “노조 측이 일부분 양보할 뜻도 내비쳤으나 업체 측 입장은 전혀 변화가 없었다”는 게 함께 참석했던 이정희 사천시의원의 얘기였다.

협상은 이렇게 결렬됐다.

이날 오후4시30분, 사천시청 앞에서는 위탁업체와 사천시를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다. 하수처리장 노조원뿐 아니라 사천과 인근 지역 소속 민주노총 조합원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주)환경시설관리공사를 향해서는 고용승계 약속을 지키지 않았음을, 사천시를 향해서는 중간에서 책임 있는 역할을 하지 못했음을 비판했다.

특히 해직공무원 신분인 민주노총 진주지역지부 강수동 의장은 연대사에서 “위탁업체가 바뀔 때마다 직원들은 늘 고용불안에 시달린다”면서 “위탁관리로 비용절감도 많지 않은 만큼 사천시가 직영관리로 전환해야 근원적인 문제가 풀린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규탄집회를 마친 참석자들은 사천시장 면담을 요구하며 사천시청사로 들어가려 했으나 미리 출동한 경찰병력이 모든 청사 출입문을 막자 건물 바깥에서 연좌농성에 들어갔다.

이후 두 해직노동자를 비롯한 일부 집회참가자들은 천막을 치고 천막농성에 들어가려 했으나 경찰의 저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 대신 시청사 건물 앞에서 밤을 새우기로 한 상황이다.

사천시청 앞에서 집회를 갖고 있는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

고용 거부된 민주노총 일반노조 박경수 사천하수처리장지회장은 “사천시가 의지만 있었다면 문제를 여기까지 끌고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사천시에 항의하는 뜻으로 청사에서 장기 노숙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사천하수처리장지회는 오는 2월중순까지 사천시청사 주변에서 집회를 갖겠다고 신고해둔 상태여서, 이번 위탁업체 고용승계를 둘러싼 갈등은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집회가 진행되는 동안 사천시 관계자는 "협상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다시 한 번 업체 쪽에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낼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법률 검토 결과 '업체가 고용승계를 하지 않는다고 책임을 묻거나 협약을 파기할 수 없다'는 해석을 받았다"고 말해 구속력 있는 조치를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한편 이날 경찰은 2개 중대 약 200명의 병력을 투입해 오전9시부터 사천시청사 출입문 곳곳을 통제했다. 이는 사천시의 ‘시설보호요청’에 따른 것이었으며, 사천시청 직원들도 출입문에서 민원인들을 일일이 점검했다.

그러나 이날 집회가 열렸던 오후4시30분 전까지는 실직상태의 노조간부 2명만 시청사를 방문한 상태. 따라서 일부 시청직원들은 “그야말로 ‘1대100’”이라며 사천시와 경찰의 반응이 너무 지나침을 꼬집었다.

사천시청사 출입문을 사이에 두고 집회참가자들과 경찰병력이 대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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