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정 사천중학교 교사.
최진정 사천중학교 교사.

[뉴스사천=최진정 사천중학교 교사] 올해 임인년 호랑이해 설날은 유난히 조용하게 지나간 것 같습니다. 이런 명절이 지나고 나면 아이들이 어른들께 자주 듣게 되는 말, ‘누구의 아들은 어떻더라’는 식의 비교와 평가의 말입니다. 그러나 이는 썩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더 나은 길을 가는 데 자극이 되기보다 상처로만 남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하면 내 자식을 ‘된 사람’으로 가르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면, 차라리 이 말을 떠올려 봄은 어떨는지요.

신언서판(身言書判).

중국의 당 나라 때 관리를 뽑던 기준으로 알려진 말입니다. 사람의 됨됨이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에 대하여 다양한 기준이 있겠지만, 지금도 인성의 측면에서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기준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신(身)’은 사람의 ‘외모’에 관한 기준입니다. 과거에는 ‘학생생활규정’에 ‘~하면 안 된다’는 제약이 많이 있었지만, 지금은 규제에 관한 내용은 거의 없고 ‘위생과 안전, 다른 공동체 구성원에 대한 배려’가 중요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다른 이들에게 혐오감을 주는 또는 교육활동에 안전하지 않은, 건강을 해치는’ 등의 기준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학생은 용모에 있어서 자신의 개성을 실현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학생들의 인권을 보장하고 있는 만큼 외모를 가꾸는 방법에 대한 교육과 소양도 필요합니다.

‘언(言)’은 ‘말을 잘하는가’라는 기준입니다. ‘말을 잘한다’는 것은 ‘많이, 빨리, 순발력 있게’보다는 ‘주제나 화제에 맞게, 상황에 적절하게, 자신의 마음을 효과적으로, 듣는 사 람이 이해하기 쉽게, 듣는 사람의 마음에 울림이 있게’ 등의 기준에 부합해야 할 것입니다. 요즘 교사들이나 학부모님들께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어려워하는 점 중에 하나가 의사 소통입니다. 의사소통이 왜 안 될까요? 아이들이 사용하는 신조어도 문제지만, 상대방이 이해하도록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능력이 부족한 탓도 있습니다.

‘서(書)’는 ‘글쓰기’입니다. 글쓰기의 기본은 첫째가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반듯하게 쓸 수 있어야 합니다. 제가 어디 연수를 가거나 했을 때, 참가자 명부에 이름을 적을 때가 많은데, 제 이름 석 자를 적는데도 부끄러움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정치인들이 방명록 한 줄을 적을 때도 비슷하리라 생각합니다.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마음을 한 줄로 반듯하고 효과적으로 적는다는 것은 중요한 능력 입니다. 세종대왕을 논하지 않더라도 자녀들과 함께 한글 자모를 쓰는 연습을 하는 것, 한 줄 글쓰기를 하는 것도 꼭 필요한 학습 능력입니다.

‘판(判)’은 판단력입니다. 사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능력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우리 스스로가 살아갈수록, 나이를 먹을수록, 지위가 올라갈수록 더욱더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실감할 것입니다. 이 판단 능력에 따라 한 인생이 실패와 성공으로 판가름 날 수도 있고 행(幸)과 불행(不幸)을 갈릴 수도 있습니다. 이 능력은 특별히 가르친다고 되는 것도 아니어서, 오랜 독서와 경험을 통한 지혜의 습득밖에 없다고 여겨집 니다.

위의 네 가지 기준 또는 능력은 오늘날 인재를 뽑는 기준으로 삼기에도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교육에서도 마땅히 곱씹을 만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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