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알면서도 ‘불편 해소’ 핑계로 공사한 월등도 주민
“마을 어장에 허락 없이”…부글부글 끓는 비토 어촌계
사천시 “원상 복구 명령 따르지 않아 고발할 수밖에”

사천시 서포면 비토섬과 월등도 사이에 길이 났다. 하지만 이 길은 월등도 주민에 의한 불법 공사의 결과물이라는 게 사천시의 판단이다. 비토 어촌계에선 어장을 망쳐 놨다며 울분을 터뜨리고 있다.
사천시 서포면 비토섬과 월등도 사이에 길이 났다. 하지만 이 길은 월등도 주민에 의한 불법 공사의 결과물이라는 게 사천시의 판단이다. 비토 어촌계에선 어장을 망쳐 놨다며 울분을 터뜨리고 있다.

[뉴스사천=하병주 기자] 천혜의 풍광과 수산자원을 자랑하는 사천시 서포면 비토리. 캠핑장을 비롯한 숙박시설이 꾸준히 들어서면서 점점 관광지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이런 가운데 어민들의 동의도 없이 마을어장 가운데로 도로 공사가 강행돼 말썽이다.

말썽이 인 곳은 비토섬 하봉에서 월등도로 들어가는 사잇길이다. 이 길은 밀물이면 사라지고 썰물이면 드러나는 속성을 지녔다. 길이라고는 하지만 엄연한 바다다. 비토 어촌계에서 관리하는, 면허가 있는 마을 어장이기도 하다.

이곳에 느닷없이 도로 공사가 진행된 건 올해 1월 17일부터다. 어민들은 펄쩍 뛰었다. 사천시청 해양수산과에서도 현장에 달려 나왔다. 확인 결과 공사의 주체는 월등도의 일부 주민이었다. 사천시는 공사를 의뢰한 월등도 주민과 공사 인부들에게 불법임을 고지하고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월등도 주민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공무원이 돌아가자 공사를 재개한 것이다. 공사는 1월 말까지 이어졌다. 그 결과 하봉과 월등도의 사잇길 얼추 250m 가운데 100여m에 공사가 이뤄졌다. 특히 만조 시 수심이 2m 남짓에 이르는 70m 구간에는 굵은 바윗돌을 테두리에 쌓고 안쪽으로 자갈을 채우는 방식으로 길을 1m가량 높였다.

이에 비토 어촌계 주민들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강윤근 비토 어촌계장은 “이곳은 면허가 있는 마을 어장”이라며, “남의 영업시설을 이렇게 막무가내로 망가뜨려도 되는 거냐”고 한탄했다.

월등도 진입로가 바닥에서 1m가량 솟으면서 어선 운항과 물 흐름을 방해한다는 게 어민들의 주장이다.
월등도 진입로가 바닥에서 1m가량 솟으면서 어선 운항과 물 흐름을 방해한다는 게 어민들의 주장이다.

사천시도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이덕수 해양수산과 연안관리팀장은 “공사 중지 명령에도 응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지금까지 원상 복구 명령에도 따르지 않고 있다”며 “불법 행위에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 밝혔다. 시는 공사를 한 주민을 통영 해경에 고발한 상태다.

그렇다면 월등도 주민은 무슨 마음으로 이 같은 일을 벌였을까. 월등도 주민 A씨는 뉴스사천과 통화에서 “도로를 연결해 달라고 20년 넘게 요구했지만 행정은 묵묵부답이었다. 그동안 비토섬 윗동네만 개발 득을 봤고 우리는 소외돼 있었다”고 주장하며, 이번 일을 벌이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어장이라고는 해도 갯벌을 파 보면 아무것도 사는 게 없다”며 마을 어장을 헤친다는 어촌계의 주장을 반박했다.

새로이 생겨난 길의 옆에는 바닷물길이 끊긴 조개 종패 밭인 갯벌이 있다.
새로이 생겨난 길의 옆에는 바닷물길이 끊긴 조개 종패 밭인 갯벌이 있다.

월등도 주민의 이 같은 주장에 강윤근 비토 어촌계장은 “2년 전 남강댐의 심한 방류로 조개 등이 폐사한 건 맞지만 이곳은 오랫동안 조개 종패 밭”이라며, “물의 흐름만 유지되면 다시 살아날 것”이라 했다. 그러면서 “길을 웬만큼 손보고 높이는 일은 지금껏 눈감아 줬다. 그런데 물길을 완전히 끊어 버리는 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또 “당장 지난 주말에 바지선 한 척이 바닥에 닿아, 다음날 물이 꽉 찼을 때야 움직일 수 있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한편, 사천시와 월등도 주민의 설명에 따르면 최근 들어 월등도의 가구 수가 늘었다. 한때는 2가구뿐이었지만, 지금은 10가구를 넘겼다. 펜션과 캠핑장도 속속 등장했다. 따라서 월등도의 진입로가 개선된다면 월등도 주민의 불편을 덜어주는 것과 별개로 부동산 가격을 크게 띄우는 결과를 낳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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