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삼조 시인.
정삼조 시인.

[뉴스사천=정삼조 시인] 양력으로는 해가 이미 바뀌었지만, 우리 전통적인 관습으로는 이제 막 닥치는 설부터 진짜 새해가 된다. 이 설을 기해 한 살 나이를 더 먹는 것이고, 진정한 임인년(壬寅年)도 이날부터다. 추석이 있다지만 아마도 가장 큰 명절이다.

이날의 가장 큰 덕목은 근본을 챙기는 일이다. 조상께 절하고 난 후 집안 조·부모를 비롯한 어른께 절함으로써 자기가 있게 된 내력에 감사하는 일이다. 이웃과도 아랫사람과도 절함으로써 우의를 다지고 격려함으로써 삶의 보이지 않는 내공을 쌓는다.

이 ‘절’을 나누는 전통이 많이 무너졌다. 설에 인사하러 가는 일이 어쩐지 민폐가 되는 것 같고, 아파트같이 좁은 공간인 ‘남의 집’을 방문하는 것이 어색해지기 시작한 지 꽤 되었다. 인사할 일이 있으면 전화로 하고, 택배로 성의를 전한다. 코로나19 확산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이런 세태에 한몫하지 않았나 싶다.

옛날에 비해 먹고 입는 일이 풍족해진 것도 이런 현상을 불러일으킨 한 원인이 아닌지 모르겠다. 옛날에는 설만큼 음식이 풍부한 때가 드물었고, 설에 한 벌, 추석에 한 벌 입어보는 새 옷 입는 재미가 있었다. 지금은 그런 재미가 시들해졌다. 먹고 입는 것으로만 한다면 요즘은 거의 날마다 설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절대 빈곤에 고통받는 사람들이야 물론 있겠지만, 사람들의 먹고 입는 일이 옛날에 비하면 격세지감이라 할 정도로 좋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니 명절을 기다리는 설렘이 많이 사라진 것이다. 뜬금없이 케케묵은 이야기나 한다는 핀잔을 젊은 세대들에게서 들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도 나이 든 사람들은 학교에서 나눠주던 식량원조를 받아 끓인 옥수수죽이라든지 역시 원조로 받은 밀가루 배급으로 끓여 먹던 수제비를 추억의 화제로 삼곤 하는 것을 보면 이런 사정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을 듯하다.

가족이나 친족이 중요시되던 농경사회가 급격하게 무너진 일도 설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무너뜨리고 있는 한 원인이 된 것 같고, 핵가족화를 넘어 아예 혼자 사는 1인가구가 늘어가는 세태도 원인인 것 같다.

그래도 근본을 생각하는 마음만은 바뀌지 않았으면 싶다. 세배를 못 드리면 전화라도 드리고, 비대면 세태에 맞는 성의를 잊지 않으면 될 일이다. 마음이 있으면 몸도 따라야 하기 마련이다. 마음만 있고 아무 행동이 없으면 상대방이 그것을 알 리가 없기 때문이다. 꼭 절을 하러 가지 않더라도 한 살 더한 만큼 철든 일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설날이면 방송에서 늘 울려 퍼지기 마련이었던 윤극영 작사·작곡으로 1924년 발표되었다는 「설날」의 가사를 소개한다. 노래로만 듣다가 활자로 읽으면 그 맛이 새로울 듯하고, 마음을 옛날로 잠시 돌려놓기도 좋을 듯해서다.

“까치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곱고고운 댕기도 내가드리고
새로사온 신발도 내가신어요

우리언니 저고리 노랑저고리
우리 동생 저고리 색동저고리
아버지와 어 머니 호사하시고
우리들의 절받기 좋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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