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매트릭스: 리저렉션

'매트릭스: 리저렉션' 영화포스터.
'매트릭스: 리저렉션' 영화포스터.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며 벗어나려면(나아가려면) 선택을 해야 한다. 1999년 세기말 <매트릭스>가 던진 화두는 강렬했다. 가상현실과 현실을 전복시키는 충격적인 세계관과 영화 자체가 지닌 흠잡을 데 없는 형식미는 영화팬들을 매혹시키고도 남았다. 놀랍고 독특하며 세련된 이 시리즈는 3편까지 짙은 족적을 남기며 매트릭 스 트릴로지를 완성했다. 그렇게 이미 위대한 클래식의 반열에 든 <매트릭스>가 18년 만에 부활(리저렉션)을 선언했다.

전편들의 추억을 복기하는 것까진 괜찮지만, 획기적이진 않더라도 새로움이 있을 때 추억은 힘을 갖는데, 이번 <매트릭스: 리저렉션>은 이도 저도 아니다. 결과적으로 “굳이 왜?”라 는 의문만 남는다. 현란한 액션을 구사하며 눈 돌아갈 정도의 세련된 영상미와 철학적 통찰, 종교적이며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던 워쇼스키는 어디로 갔을까.

그가 물리적인 나이와 더불어 노회 했다고 믿고 싶지 않지만 영화는 마치 얕은 함정처럼 여기저기 실망의 구덩이를 매복하고 있다. 첫 번째 구 덩이는 액션이다. 전작과 비교되는 숙명을 지닌 게 속편들의 딜레마지만 새로울 것도 없고 속도감도 떨어진다. 두 번째 구덩이는 늘어지는 스토리다. 유튜브 스낵 컬쳐에 익숙해진 요즘 시대에 그 시절의 속도감은 어울리지 않는다. 가장 큰 구덩이는 거의 싱크홀 수준으로, 죽은 네오와 트리니티를 불러왔으면 덕후들을 포함한 관객을 납득시킬만한 매력이 있어야 하건만 추억과 사랑에 기대는 바가 너무 크다.

모든 것이 입맛대로 될 수 없지만(그렇게 되어서도 안 되겠지만) 20년에 가까운 시간의 간극을 채우는 워쇼스키만의 노련함과 통찰, 미래를 바라보는 시선이 아쉽다. 네오와 트리니티를 다시 볼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이미 감사하지만 이 감사만으로 만족하기에는 앞선 트릴로지의 업적이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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