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킹스맨 퍼스트에이전트

'킹스맨' 영화 포스터.
'킹스맨' 영화 포스터.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팬데믹 시국에 개봉이 1년여 늦춰진, “Manner Maketh Man”이라고 외치던 정신 나간 킹스맨의 탄생 비화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가 드디어 공개됐다. <엑스맨: 퍼스트클레스>를 통해서 실제 역사를 잘 버무려 녹이는 방법을 검증받은 매튜 본 감독이 제1차 세계대전의 발발과 열강의 역학관계를 통해 킹스맨의 창설 배경을 섬세하게 그렸다. 그런데 정신 나갈 것 같은 저세상 텐션으로 활약하는 킹스맨을 볼 수 있을 줄 알았으나 예상과 좀 다르다. 

전 세계적으로 평가와 흥행에서 대성공한 1편과 달리 양면에서 모두 부진했던 2편이 문제였을까. 이 시리즈의 정체성이나 다름없던 ‘B급 블록버스터 잔혹코믹액션’을 싹 걷어냈다. 그게 썩 나쁘지는 않으나, 아니 새롭게 변신한 모습이 제법 잘 어울리는 면도 있지만 아쉬운 건 사실이다. 이를테면 신선하고 상큼한 샐러드를 주문했더니 묵직한 소스로 가득한 스테이크가 나온 기분이니 말이다. ‘퍼스트 에이전트’라는 프리퀄을 통해서 시리즈의 정체성을 재정립하려는 노력이겠지만, 과연 그게 올바른 선택이었을지는 의문이다. 

정통 스파이액션이라고 할 시리즈는 많다. 호불호는 차치하고 굳이 킹스맨 시리즈까지 기존의 흥행 공식을 따라갈 이유가 있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가장 크다. 모양새만 따지면 잘하던 걸 더 잘하려다 망치고 요즘 관객의 취향이 아닌가 싶어 급선회-잘하던 걸 안 하고 이상한 걸 시도한 셈이니까. 시리즈는 관객들의 애정을 먹고 사는 생명체와 같다. 새로움을 무기로 다가와 애정을 듬뿍 받았는데, 더 나아질 한계를 느끼고 후퇴해서 진창에 발을 디디는 모습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8부 능선을 넘어놓고 ‘이 산이 아니다, 저 산으로 가자’를 외쳤으니, 이어질 후속편으로 얼마나 깔끔하게 설득할지가 관건이다. 전작이 화려한 매튜 본 감독이니 일단 기대는 버리지 말자. 참고로 영상 말미에 쿠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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