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사천의 마을 숲 ⑦

코로나19로 새삼 깨닫는 것이 숲의 소중함이다. 특히나 마을 숲은 역사가 깊으면서도 늘 사람들 곁에 있어서 삶의 희로애락이 짙게 밴 곳이다. 숲 해설가와 함께 사천의 마을 숲과 그 속에 숨은 이야기를 찾아 나선다.  - 편집자-

수청숲은 정동면 수청마을 입구에 조성된 숲이다. 약 80년 전쯤 마을 청년들이 사천강의 홍수범람을 막고 제방을 보호할 목적으로 만들었다.
수청숲은 정동면 수청마을 입구에 조성된 숲이다. 약 80년 전쯤 마을 청년들이 사천강의 홍수범람을 막고 제방을 보호할 목적으로 만들었다.

[뉴스사천=박남희 시민기자/숲 해설가] 수청숲은 정동면 수청리 수청마을에 있는 숲이다. 바로 옆 사천강을 따라 수십 그루의 나무가 서로 어우러져 일렬로 길게 뻗어 있다. 울창한 숲이 마을을 살짝 가려주고, 수생식물 가득 덮인 사천강 바닥에는 줄종개, 왕종개 등 물고기들이 노닌다. 무더운 여름이면 물놀이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하다. 수청(洙淸)마을은 ‘거울처럼 맑은 물이 흐른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뒤편 이구산(泥丘山)이 배경이 되어주고 있다. 산과 강, 그리고 숲이 있는 마을이라면 더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수청숲은 1940년 즈음에 마을 청년들이 사천강 홍수 범람을 막기 위해 둑을 쌓아 조성했다. 마을 뒷산의 나무를 옮겨 심었다고 한다. 숲은 수청교 언저리에서 죽담교까지 이어져 있다. 번번이 닥치는 자연재해 앞에서 그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극복하려 했던 마을 사람들의 의지를 느낄 수 있다. 이 숲이 조성된 뒤로는 수해가 크게 줄었다고 한다. 이렇게 조성된 숲은 수청마을 주민뿐 아니라 인근의 마을 주민들도 널리 애용하는 열린 쉼터가 되었다.

수청숲에는 느티나무와 곰솔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왕버들도 5그루 정도가 자라고 있다. 인공 숲인 만큼 수령(樹齡)은 대체로 100년 안팎이며, 150년 이상으로 추정되는 노거수도 있다. 수청숲에 느티나무와 곰솔, 왕버들을 심은 이유는 뭘까? 느티나무야 시골 마을 어디를 가든 흔하게 만날 수 있는 나무이니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곰솔은 다르다. 소나무과 곰솔의 다른 이름은 ‘해송(海松)’이다. 짠 소금기와 억센 바닷바람에도 푸름을 잃지 않고 바닷가에 우뚝 서 있어 붙은 이름이다. 바닷가에서 보는 소나무는 대부분 곰솔이라 해도 틀리지 않지만 강한 생명력으로 본래 소나무의 생활 터전인 내륙 깊숙이까지 들어와서도 잘 자란다. 내륙 소나무가 줄기가 붉은 것과는 달리 해송은 흑갈색의 껍질을 가지고 있어 한자 이름은 ‘흑송(黑松)’이며, 순우리말 ‘검솔’이 세월이 지나면서 ‘곰솔’이 되었다. 산바람과 강바람을 막고 선 곰솔이 수청숲에 잘 어울리는 이유이다. 

수청숲은 흐르는 사천강의 물소리를 들으며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를 들으며 산책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수청숲 가운데쯤에 있는 왕버들은 이름처럼 ‘버들의 왕’이다. 일반적인 버들의 가냘프고 연약한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왕버들은 수백 년을 살 수 있으며, 좀 오래되었다 싶은 나무는 줄기가 유독 굵고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왕버들은 습기가 많고 축축한 땅이나 바로 옆에 물이 있는 개울가에서 잘 자라는 나무이다. 그래서 둥치가 잘 썩어 구멍 뚫린 왕버들이 많다. 수청숲의 시기를 생각하면 왕버들의 수령이 많다고 볼 수 없지만 다른 나무들과 비교해 봤을 때 우람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어 눈에 띈다. 가지를 강으로 길게 늘어뜨린 모습은 버들의 왕임을 자랑하는 듯하다. 

숲을 빼고는 수청마을을 얘기할 수 없다. 수청숲이 있어 마을을 더 마을답게 해 주기 때문이다. 이제는 수청마을 사람뿐 아니라 사천 시민들이 찾는 열린 숲이 되었다. 숲 안에는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벤치도 여럿 설치되어 있다. 흐르는 사천강의 물소리를 들으며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를 들으며 산책을 하기에도, 지인과의 만남의 장소로도 부족함이 없다. ‘이순신 바닷길-사천 희망길’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

 

※ 이 글은 사천시 녹지공원과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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