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 실향민들 딸기밭에서 감격.. 판매는 농협이 맡기로

북녘이 고향인 조정희 할머니가 14일 통일딸기 첫 수확현장을 찾아 감격스러워 했다.
“내 고향 향기가 묻어 있는 것 같아 색깔도 더 예뻐 보이고 맛도 더 있는 것 같네요. 기분도 묘하고, 감개무량 합니다.”

14일, 딸기를 따는 조정희(76) 할머니의 목소리는 조금 떨리는 듯 들렸다.

“딸기를 보니 고향생각이 더 납니다. 이런 민간교류가 더 많아져서 통일이 조금이라도 더 앞당겨지면 얼마나 좋을까요.”

조 할머니는 평안남도 강서가 고향이다. 그리고 이날 사천시 곤명면 본촌마을 딸기재배시설에서 경남통일농업협력회(줄여 경통협)가 마련한 ‘통일딸기 첫 수확’ 체험행사에 참가했다. 1.4후퇴 때 모든 가족들을 남겨둔 채 잠깐 다니러 간다는 생각으로 내려왔다는 조 할머니는 이날 북에 둔 다섯 동생을 더욱 그리워했다.

이날 통일딸기체험행사에는 조 할머니처럼 북녘이 고향인 사천과 진주 시민 19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감격스러워했고, 일부는 눈물까지 흘렸다.

이를 지켜보는 행사 관계자들도 숙연해지기는 마찬가지. 한 관계자는 “흙 한줌만 봐도 통곡하는데, 북에서 내려온 모종으로 키운 딸기니 오죽할까”라며 공감했다.

통일딸기를 재배한 이현순 씨가 김수영 시장에게 딸기맛을 보이고 있다.
통일딸기 첫 수확 체험행사에는 김수영 사천시장도 참석했다. 김 시장은 “사천의 딸기재배면적이 그리 많은 편이 아닌데, 통일딸기를 잘 살리면 좋은 이야기꺼리가 되겠다”며 딸기재배농민들을 격려했다.

이날 수확한 통일딸기는 경통협이 경남도의 지원을 받아 벌이는 ‘통일딸기사업’의 결과물이다. 이에 앞서 경통협은 지난해 4월20일 딸기 어미묘 1만포기를 평양시 순안구역 천동국영농장에 전달했고, 이것이 번식한 끝에 모종 10만포기가 되어 지난해 9월17일 돌아왔다.

이 가운데 2만포기는 밀양으로 보내지고, 남은 8만주가 사천 곤명면 본촌마을 여섯 농가에 나뉘어 심겼다. 그리고 이날 첫 수확에 들어간 것이다.

행사를 주관한 경통협 전강석 회장은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여기까지 온 것에 감사한다. 통일딸기가 남쪽과 북쪽 모든 농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그 힘으로 통일도 좀 더 빨라지기를 기대한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통일딸기는 앞으로 농협을 통해 전국 소비자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경통협과 농협 관계자에 따르면, 농협중앙회가 일반 딸기보다 50% 높은 가격으로 전량 매입하기로 하고 조만간 생산농가와 계약을 맺기로 했다.

통일딸기는 앞으로 농협을 통해 전국으로 팔려나갈 예정이다. 농협중앙회 김육곤 사천시지부장(왼쪽)과 사천시농업기술센터 장상권 씨가 딸기 유통에 관한 얘기를 나누는 모습.

사천시는 통일딸기가 인기를 끌 경우 지역 농민들에게도 도움이 클 것으로 보고, 통일딸기사업의 동반자로 참여해 재배면적을 더 넓힐 계획이다.

하지만 통일딸기사업이 더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고 한다. 대표적인 것이 시간단축이다. 경통협 권문수 사무처장은 육로를 이용한 교류가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남포항에서 인천항으로 들어온 뒤 다시 검역소에서 검역을 마치기까지 열흘 이상 걸렸다.평양 농장에서 현장검역이 가능해야 하고, 검역을 마치면 곧장 육로로 가져와야 시간을 아낄 수 있다.”

이동과정에 시간을 줄여야 하는 이유는 딸기수확시기와 관련이 깊다. 농민들은 대체로 첫 수확시기를 딸기 값이 가장 좋은 11월말에 맞추는데, 그래야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딸기모종의 경우 도착이 늦어지는 바람에 수확시기가 다른 딸기에 비해 두 달 가까이 늦어졌다.

이밖에 남북관계 등 외부적 요인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도 문제점이다. 그럼에도 경통협은 ‘생명 평화 통일’을 주제로, 통일딸기사업을 꾸준히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평양에서 태어나고 사천에서 자란 통일딸기. 남북 민간교류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지 관심을 끈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