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태일이

'태일이' 영화 포스터.
'태일이' 영화 포스터.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영화 <태일이>는 한국 애니메이션 역사상 최고의 흥행기록을 가진 <마당을 나온 암탉>을 제작한 명필름의 두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선명한 메시지와 높은 완성도는 몇 번을 언급해도 지나치지 않은 장점이다. 1970년대의 평화시장을 구현해낸 작화나 배우들의 더빙 연기도 이질감 없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이렇게 정성 들여 보여주는 것은 시대 정신으로 기억되는 인물 ‘전태일’이다.

당연한 것이 부당한 것으로 ‘처벌’되던 1970년대, 그 시절을 온몸으로 관통했던 한 청년의 ‘아름다움’에 관한 이야기가 <태일이>다. 그 시대의 엄혹함을 겪었던 세대는 물론, 그 정신을 계승하고자 하는 후대에게도 여전히 살아있는 아픔이며 낙인이다. 하지만 영화는 타이틀이 지닌 뉘앙스에서 짐작할 수 있듯 그 엄혹하고도 잔인한 군부 독재, 개발 독재의 망령을 다시 끄집어내는 대신 인간 전태일의 ‘아름다움’에 좀 더 시선을 둔다. 그리고 청년 전태일의 아름다움은 그가 가졌던 불꽃의 중심과도 같은 순수함과 두 눈 부릅뜨고 외면하지 않는 시대정신과 기꺼이 제 한 몸을 불살라 더 나은 세상을 갈망하고 ‘요구’하는 아우성이다. 

그 후로 5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면서 개선과 변화가 생겼음에도 이미 심각하게 기울어진 사회구조는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악습과 빈부 격차는 여전하고 기득권을 공고히 하는 제도적 문제는 강화되는 현실이다. 

<태일이>가 보여주는, 아름다운 청년이 꿈꾸었던 세상은 유토피아에 가깝지만 그래도 역사를 전진하게 하는 힘은 올곧은 이타적 신념에 있음을 각성하게 한다. 그러므로 청년 전태일의 시대정신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 자체로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한 편의 애니메이션이지만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동인 혹은 느리게 가더라도 포기하지 않는 희망적 동력으로 읽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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