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사천] 꼬리 여덟 개 잘린 구미호가 다녀갔어

『꼬리 여덟 개 잘린 구미호가 다녀갔어』김미희 저 / 키위북스  / 2020
『꼬리 여덟 개 잘린 구미호가 다녀갔어』김미희 저 / 키위북스  / 2020

[뉴스사천=신다솜 사천도서관 사서] 우리에게 도깨비, 저승사자만큼이나 친숙하고도 무시무시한 존재가 있다. 바로 ‘구미호’이다. 구미호는 수백 년의 수행을 거쳐 사람으로 둔갑하는 신묘한 재주를 부리는 꼬리가 아홉 개인 여우로, 예전부터 전래동화나 TV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여 우리를 오싹하게 만들곤 했다. 그런데 꼬리가 딱 하나밖에 남지 않은 구미호가 있다고 한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 책의 주인공인 구미호는 아홉 번째 꼬리가 생기던 날, 밀렵꾼이 놓은 덫에 걸리는 바람에 여덟 개의 꼬리를 잃게 된다. 하나 남은 꼬리로 간신히 사람으로 변신한 구미호는 잃어버린 꼬리를 찾아 서둘러 도시로 향하고, 그곳에서 평생을 철창 안에서만 갇혀 살다가 털가죽이 벗겨진 채 죽은 라쿤의 혼령을 만나게 된다. 이외에도 인간의 욕심 때문에 목숨을 잃은 수많은 동물 혼령들이 자신의 털가죽을 찾아달라며 구미호에게 애원하지만, 구미호는 동물의 털가죽이 붙은 옷과 신발, 장신구를 걸친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탓에 자신의 꼬리조차도 찾지 못하고 지쳐만 간다.

이 책은 사람이 되기를 열망하고 노력하는 과정에 집중한 기존의 구미호 이야기와는 달리, 밀렵꾼에 의해 자신의 소중한 꼬리를 잃어버리고 그것을 되찾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동물권과 연결 지어 책을 덮은 후에도 인간의 이기심과 생명에 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겨울이 되면 쌀쌀해진 기온과 매서운 바람 탓에 따뜻하고 푹신한 털옷을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입는 오리털 점퍼 하나를 만들려면 10마리 이상의 오리가 희생된다는 사실은 모르는 사람이 많다. 지금부터라도 옷을 고를 때 어떤 재료로 만들어졌는지 한번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 이 책을 읽을 어린이들이 옷가지에서 시작하여 먹거리나 일상생활까지, 한 걸음 더 나아가 좀 더 자기 주도적으로 자연 보호를 실천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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