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사천의 마을 숲 ③

코로나19로 새삼 깨닫는 것이 숲의 소중함이다. 특히나 마을 숲은 역사가 깊으면서도 늘 사람들 곁에 있어서 삶의 희로애락이 짙게 밴 곳이다. 숲 해설가와 함께 사천의 마을 숲과 그 속에 숨은 이야기를 찾아 나선다.  - 편집자-

초량 숲은 길옆 언덕에 서 있는 것까지 포함해 17그루의 서어나무가 만들어 내는 대표적인 마을숲이다. 마을 사람들은 이 나무들이 마을에 들고 나는 사람들을 지켜준다고 믿고 있다.
초량 숲은 길옆 언덕에 서 있는 것까지 포함해 17그루의 서어나무가 만들어 내는 대표적인 마을숲이다. 마을 사람들은 이 나무들이 마을에 들고 나는 사람들을 지켜준다고 믿고 있다.

[뉴스사천=박남희 시민기자/숲 해설가] 다슬기 축제로 유명한 곤명면 초량마을 입구에 있는 숲이다. 풍요롭고 안정된 마을을 이루는데 숲이 한몫하고 있지만, 평소에 숲을 깊이 들여다보지는 못했다. 초량 숲은 길옆 언덕에 서 있는 것까지 포함하여 17그루의 서어나무가 만들어 내는 대표적인 마을 숲이다. 한두 그루의 정자나무나 당산나무가 있는 마을은 흔하지만, 나무가 군락을 이뤄 사람들과 가까이 있는 숲은 흔하지 않다.

특히 자작나무과의 서어나무가 마을 숲을 이루고 있는 것은 이례적이다. 가장 오래된 나무의 수령(樹齡)이 대략 300년 정도이므로 마을 형성과 숲의 조성이 거의 같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숲 입구에 정자가 있고, 정자 아래에 우물의 흔적이 있다. 나무 사이에는 작은 너럭바위도 있다. 수북이 쌓인 낙엽을 밟을 때마다 들리는 바스락바스락 소리는 맑고 청아하다. 숲은 마을 사람들의 최고의 쉼터이자 마을을 지켜주는 당산(堂山) 숲으로 손색이 없다.

서어나무의 가장 큰 특징은 나무줄기에 있다. 회색빛의 매끄러운 줄기에 의외의 근육질과 줄무늬 라인이 무척 매력적인 나무이다. 일명 ‘근육나무’라고 한다. 이름의 유래는 서쪽에 심었다고 해서 ‘서목(西木)’에서 ‘서나무’, ‘서어나무’로 변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숲은 사람들이 간섭하지 않고 그대로 두기만 하면 자기들끼리 치열한 경쟁을 벌인 후, 그늘진 곳에서도 잘 자라는 나무가 최후의 승자가 된다. 이를 숲의 천이(遷移)라고 한다. 천이의 마지막 극상림(極相林)의 나무 중 하나가 서어나무이다. 사천에서 서어나무만으로 숲을 이룬 곳은 초량 숲이 유일하다. 오랜 세월 치열한 경쟁을 뚫고 끝까지 살아남는 특징을 가진 서어나무가 이 초량마을에서 숲을 이루고 있으니 괜히 든든하지 않은가?

서어나무는 회색빛의 매끄러운 줄기에 의외의 근육질과 줄무늬 라인이 무척 매력적인 나무다. 일명 ‘근육나무’라 한다.
서어나무는 회색빛의 매끄러운 줄기에 의외의 근육질과 줄무늬 라인이 무척 매력적인 나무다. 일명 ‘근육나무’라 한다.

서어나무의 종류에는 서어나무와 닮은 ‘개서어나무’가 있다. 남부지방에서 만나는 서어나무는 거의 개서어나무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초량 숲의 서어나무도 엄밀하게 말하면 ‘개서어나무’이다.

초량마을은 대략 신라 시대부터 이어져 왔다. 조선 시대에 초량면의 소재지가 되었고, 초량리라 부르게 되었다. 옛날엔 곤양군 초량면이었으나, 일제 강점기 때 대대적인 행정구역 개편(1914년)에 따라 삼거리를 병합하여 초량리라 하다가 현재는 사천시 곤명면에 속해 있다. 

마을 앞으로는 곤양천이 흐른다. 수질이 깨끗하여 다슬기와 민물고기가 많다. 마을에서는 해마다 ‘다슬기 축제’를 열어 마을 공동체를 유지해오고 있다. 그 중심에 초량 숲이 있다. 마을 사람들 사이에 일체감을 높이고, 떠나려는 사람들의 발길을 돌려세워 마을 전통을 이어가는 역할이 크다.

마을 입구에 우뚝 서 있는 수백 년 된 서어나무는 마을의 당산(堂山)나무로, 마을 사람들은 이 나무들이 마을에 들고 나는 사람들을 지켜준다고 믿고 있다. 수학여행이나 농촌체험 등으로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 숲의 당산나무 앞에서 예(禮)를 차리면, 여행 기간에 아무 사고 없이 무사히 돌아갈 수 있다는 얘기도 전한다. 예전에는 정월 대보름이면 당산나무에 금줄을 치고 제사를 지냈다. 지금도 가끔 무속인들이나 마을 주민들이 개인적인 소망을 갖고 찾아와 복을 기원하고 있다.

또 이런 이야기도 전한다. 숲은 마을 사람이라도 살아있는 사람만 지나갈 수 있고, 죽은 사람은 반드시 마을 뒤쪽으로 돌아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전통까지 지켜야 하나 싶지만, 한편으로는 마을 사람들이 숲을 대하는 자세를 가늠할 수 있다. 초량 숲은 앞으로도 마을의 쉼터뿐만 아니라 문화공동체의 장으로 기능할 것이며, 도시와 농촌을 연결하는 가교역할을 할 것이다.

 

 

※ 이 글은 사천시 녹지공원과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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