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인물탐구] 소설가이자 역사가, 범보 김인배 ①

1975년, 문예지 <문학과 지성>에 소설가로 등단
<물목>, <비형랑의 낮과 밤> 등 작품 다수
우리말과 한일 고대사 연구에 매진해 학계 주목

소설가이면서 역사가로 평가받는 범보 김인배 선생. 그의 고향은 사천 삼천포이다. 그러나 고향을 오래 떠나 있던 탓에 지역에서 그의 이름을 기억하는 이가 드물다. 이에 뉴스사천은 범보 선생의 삶과 작품 세계를 소개한다. 글쓴이는 범보 선생의 누이동생이기도 하다.  -편집자-

소설가 김인배 선생의 생전 모습과 그의 약력.
소설가 김인배 선생의 생전 모습과 그의 약력.

[뉴스사천= 김도숙 시민기자]사천의 서정시인 ‘박재삼’을 모르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소설가 ‘김인배’를 아는 이는 드물다. 안타까운 마음에 그의 삶과 작품 세계를 깊이 들여다본다.

1948년에 삼천포항에서 태어난 그는 삼천포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1975년 당시 권위 있는 문예지인 <문학과지성>에 소설가 신인 발굴로 등단하였다. <문신>, <하늘궁전>, <비형랑의 낮과 밤>, <바람의 끝자락을 보았는가>, <후박나무 밑의 사랑>, <오동나무 꽃 진 자리>, <열린 문 닫힌 문>의 소설집을 펴냈다. 우리말과 한·일 고대사 연구서인 <전혀 다른 향가와 만엽가>, <고대로 흐르는 물길>, <일본서기 고대어는 한국어>, <역설의 한일고대사 任那新論>, <일본 천황가의 한국식 이름 연구, 신들의 이름> 등의 책도 썼다. 언론과 국어·사학계의 주목을 받았지만, 정작 고향인 사천에서는 거의 이름조차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김인배 선생이 남긴 작품의 표지 .
김인배 선생이 남긴 작품의 표지 .

1982년 <현대문학>에 이달의 소설로 ‘물목’이 수록되었는데, 작가와 평론가들의 주목을 받고, 조명화 감독에 의해 ‘물목’이란 영화도 만들어졌다. 서울에서 활동하던 작가들이 김인배가 누구인지를 찾게 되었고, 상경하여 함께 활동할 것을 권유받았다. 그러나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진주에 직장을 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어, 결국 서울행을 포기하고 지방에서 활동하게 되었다. 많은 분야가 그렇지만 특히 문화예술계에서 서울과 지방은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도 1980년대 당시 촉망받던 소설가 강석경, 김원우, 김채원, 손영목, 이문열, 윤후명, 유익서 등 젊은 작가들과 <작가> 동인으로 활동하며 동인지를 내었다. 그 후 현대문학이나 한국문인협회에서 발간하는 ‘월간문학’이나 ‘한국소설’, ‘동서문학’ 등 문예지에 작품을 꾸준히 발표해 왔다.

한동안 소설을 접고, 우리말과 한일고대사 연구에 매진하여 왜곡된 한일 고대사를 바로잡는 글을 <문화일보>에 연재하며, 또 한 번 언론과 학계의 이목을 끌었다.

진주 삼현여고를 거쳐 창신대학과 진주교육대학에서 후학들을 가르치며, 한국문인협회와 경남문인협회에서 쭉 활동하였다. 경남신문 소설부문 신춘문예 심사위원 등을 역임하며 경남문학의 발전에도 기여했다.

범보 김인배 작가를 사천시민에게 알리고 싶은 까닭은 작품의 밑바탕에 고향인 사천의 정서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삼천포 바다는 무엇보다 그의 중요한 소설적 토양이 된 곳이다. 나아가 그는 전국에 이름을 떨친 소설가이기도 하다.

문학과 예술은 팍팍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샘물 같은 존재다. 우리의 정신을 고양하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누구보다 치열하고 열정적으로, 문화예술의 변방인 지방에서 문학과 우리말과 한·일 고대사 연구에 매진한 인물을 후대에 알리는 일이야말로 동시대를 살고 있고, 고향 사천에 사는 우리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2019년 1월 19일, 더 많은 작품을 낼 열정이 있었지만, 암 투병 중에 만 70세로 세상을 떠난 그의 삶이 못내 안타깝다. 유고(遺稿)작을 완성해 놓고도 미처 세상에 내지 못한 채 떠난 것도 몹시 아쉬운 마음이다.

앞으로 우리말과 한·일 고대사 연구에 일생을 바친 그의 업적과 작품 세계를 조사하고 싶다. 사천 사람으로 박재삼 못지않게 그를 널리 알리는 일도 하고 싶다. 뜻 있는 사람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

김인배 작가의 작품에 대한 문단의 평가

권영민 서울대학교 교수: “소설 <물목>은 풍부한 토속적 어휘와 그 어휘들의 적절한 활용, 더 나아가 세련된 묘사, 감동적 주제가 돋보이는 매우 훌륭한 작품이다.”

원형갑 문학평론가: “<물목>에 이르러 비로소 우리는 그 잊혀 가고 있는 겨레말의 산 맛을 만나게 된다. 전혀 쓰는 일이 없게 된, 귀에서도 눈에서도 사라져 버린 구슬 같은 낱말이 마치 2차 세계대전 후의 이스라엘 사람들이 히브리어를 찾아 나섰듯이 또는 에이레 사람들이 그들의 모국어를 건져 냈듯이 이 중편 속에 엮어져 나오고 있다.” 

천이두 문학평론가: “다분히 신화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점도 그렇거니와 특히 애써 많은 토속어를 동원, 구사함으로써 각종의 그러한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부각하려는 점도 이 작가의 실험적인 야심을 반영하는 면이라 하겠다.” 

진형준 문학평론가: “김인배 소설은 의식과 논리 너머의 삶의 진정성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박혜경 문학평론가: “개인과 사회의 불화를 존재론적인 차원에서 접근해 들어가는 김인배의 작품들은 작중 인물들의 내면 심리를 섬세하면서도 서정적으로 묘사해 나가는 특유의 차분한 문체로 감동을 더한다.”

송희복 진주교대 교수: “김인배의 <열린 문 닫힌 문>은 포스트모던 양식의 소설로 방대한 언어의 그물망을 펼쳐놓은 지적인 총체 소설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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