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듄

'듄' 영화 포스터.
'듄' 영화 포스터.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어느 날 형이 귀한 걸 구했다며 5.25인치 플로피 디스크 10장으로 분할 압축한 불법 프로그램을 눈앞에 의기양양하게 흔들었다. 컴퓨터도 잘 모르는 사람이 도스(DOS) 명령어를 사용해가면서 컴퓨터에 깔고 합치며 시행착오 끝에 마침내 실행파일을 엔터 치는 순간, 눈앞에 낯설고도 새빨간 사막이 펼쳐졌다. ‘듄2’라는 게임이었다. 대한민국의 PC방 광풍을 이끈 ‘스타크래프트’의 원조 게임이다. (제목으로 보건대 ‘듄1’이라는 게임도 있었겠으나 잘 모른다) 그렇게 ‘듄 Dune’이라는 매혹적인 세계를 처음 만났다. 

6부작으로 출간된 프랭크 허버트의 <듄>은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동시에 수상한 최초의 작품으로 명실상부한 SF 걸작이다. 방대한 세계관은 둘째치고 영상으로 구현한다는 자체가 고난 그 자체라, 영화와 드라마 부문에서 숱하게 제작을 시도했다가 무산되고 우여곡절 끝에 제작되었다가 욕을 먹는 부침을 겪다가 마침내 2021년 <듄>이 완성됐으니, 이럴 때 쓰게 되는 말이 ‘고진감래’다. 오랜 시간 기다린 보람을 이럴 때 느낀다.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2015)>로 거장의 반열에 든 드니 빌뇌브 감독은 <컨택트(2016)>와 <블레이드 러너 2049 (2017)>로 SF 영화의 기초를 단단하게 다진 후 걸작 <듄>의 연출에 나섰다. 전체 러닝타임 155분, 2시간 35분에 달하는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전체 6부작 가운데 1부의 전반부에 해당한다. 검증된 배우를 불러서 CG를 극도로 제한한 채 보여주는 사막은 관객의 입안을 텁텁한 모래로 채운다. 그것도 모자라 장엄한 음악으로 심장을 두드리고 있다. 밀도 높은 사운드에 커다란 스크린으로 보지 않는다면 두고두고 후회할지도 모른다.

그저 후속편만 속히 제작되기를 바랄 뿐이다. 이제 시작이며 본격적인 이야기는 한참 남았다. 6부작의 전반부만 영화화되었으니 12부작으로 여겨도 될까. 눈과 귀와 마음까지 사로잡는 작품이 마블의 어벤져스 시리즈처럼 오랫동안 이어지기를 팬의 심정으로 빈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