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습지보호구역 지정' 적극 검토해야

주남저수지에서 월동하고 있는 재두루미 모습. 이 보기 드문 재두루미가 사천만을 찾았다고 한다. 아쉽게도 촬영에는 실패했다.
지난 6일 점심때가 가까울 무렵, 지인으로부터 한통의 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광포만에서는 보기 어려운 천연기념물 제203호인 재두루미 15마리 정도가 나타났다는 것. KNN‘물은 생명이다’다큐멘터리 제작팀과 최근 광포만 일대에서 발견된 원앙을 촬영하던 중 우연하게 재두루미를 발견했다는 것이 지인의 설명이었다.

재두루미는 세계적으로 3천여 마리가 남아 있어 국제적으로 보호를 받는 조류로 우리나라에는 두루미, 흑두루미, 재두루미 3종만 겨울을 나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는다. 주로 경기도 파주지역과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에서 3백 마리가 월동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고, 사천 인근지역 중에서는 순천만에 흑두루미, 주남저수지에 재두루미가 해마다 수십 마리 씩 목격되고 있다.

대충 점심을 먹고 들뜬 마음으로 광포만에 도착했다. 진주의 모 방송국 보도팀에서도 재두루미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현장에 나와 있었다. 그러나 지인과 KNN제작팀이 반갑지 않은 소식을 전했다. 재두루미가 광포만에서 북쪽으로 날아가버렸다는 것이다. 결국 광포만 일대를 일일이 찾아다녀야 한다는 얘기다.

광포만을 찾은 'KNN' 다큐멘터리 '물은 생명이다' 김호문 피디(사진 오른쪽)
이때부터 지인과 함께 재두루미와의 숨바꼭질이 시작됐다. 사천만 일대를 중심으로 재두루미가 쉴만한 논이나 사람들의 눈을 피해 숨을 만한 갈대숲을 일일이 확인하고 다녔지만 재두루미의 흔적은 온데간데없었다.

“아무래도 진양호 쪽으로 간 것 같아. 카메라를 항상 가지고 다녔어야 했는데...”

기자도 못내 아쉬웠다. 사실 재두루미를 발견한 지인이 재두루미가 창공을 나는 모습을 사진으로 촬영했다면 이런 생고생은 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오후 내내 사천만 일대를 돌아다녔지만, 재두루미의 흔적은 찾지 못한 채 포기해야만 했다. 해는 이미 산속으로 자취를 감추고 별빛만이 우리의 헛수고를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재두루미 덕분에 광포만 일대를 처음으로 돌아본 기자에게 이 지역은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광포만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철새들.
천연기념물 말똥가리, 환경부지정 보호종인 혹부리오리, 검은머리 갈매기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많은 수의 철새가 이곳에서 월동하고 있는 모습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건강한 자연 생태를 유지하고 있기에 이 같은 아름다운 광경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자만 그렇게 느낀 것은 아니었다. 원앙을 촬영하기 위해 이틀간 광포만을 둘러본 KNN 김호문 피디는 주남저수지나 순천만처럼, 사천만도 생태적 가치가 뛰어나므로 보존할 필요성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생각한 것보다 놀라웠다. 철새 도래지로 주남저수지나 낙동강 하구만 생각했는데, 오히려 광포만이 이렇게 다양하고 많은 수의 철새가 월동하고 있는 것이 새로웠다. 광포만의 생태적 가치는 충분하다. 아니 절대적이라고 생각한다. 사천만이 잘 알려지지 않아서 오히려 다른 유명한 철새 도래지보다 더 생태적으로 건강하고 훼손되지 않은 것 같다.”

“광포만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해야 되지 않겠어”사천만의 자연환경 보전을 위해 오랫동안 이곳에 몸을 내맡긴 지인의 말이 아직도 내 귓가를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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