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태 막걸리문화촌장
최인태 막걸리문화촌장

[뉴스사천=최인태 막걸리문화촌장] 우리는 삶을 10년 단위로 살피는 데 익숙해 있다. 30세를 이립(而立), 40세를 불혹(不惑), 50세를 지천명(知天命), 60세를 이순(耳順)으로 따로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1차 5개년 계획, 2차 5개년 계획 등 말이다. 10년 단위로 나누는 것이 조금 부담스럽기도 해, 5년의 삶을 돌아보고 다가올 5년을 살피고픈 마음이 든다.

먼저 지난 5년을 돌아본다. 소규모 주류 제조장을 겸한 막걸리 장사를 해 볼 요량으로 막걸리 공부를 하러 초급은 부산으로, 중급과 상급 과정은 서울로 다녔다. 돌아오니 어떻게 알았는지 막걸리를 배우겠다는 사람들이 줄줄이 찾아왔다. 뜻하지 않게 ‘막걸리문화촌’이라는 간판까지 내걸게 됐다.

이게 잘된 일인지는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60살이 넘어서니 돈을 좇는 일보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일의 재미가 더 쏠쏠하다는 거다. 막걸리문화촌을 거쳐 간 사람이 어느새 100명을 훌쩍 넘겼다.

지난 5년은 이렇게 흘렀다. 그렇다면 다가올 5년은 어떻게 그려 갈까. 그 길을 홀로 준비하기보다는 여럿이 함께하고픈 마음이다.

먼저 ‘사천술(泗川酒) 연구회’라는 그릇을 만들고 싶다. 그 그릇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자 한다.

첫째는 ‘지역성(locality)’이다. 지역 농산물 사용을 장려하는 등 지역에서 정체성을 찾고 그 속에서 표현하려 한다. ‘사천’이 반영된 재료와 맛 그리고 이름, 디자인 등을 살리고 싶다.

둘째는 ‘다양성(diversity)’이다. 기존의 양조장 막걸리는 배양균을 사용하여 실패율이 낮고, 발효 기간은 짧으나 맛은 단순하다. 이것과 비교해 전통 누룩을 사용하는 우리네 가양주(家讓酒)는 발효 기간이 길지만  맛과 향이 깊고 다양하다. 여기에 집집마다 술을 빚던 일제강점기 이전의 역사성도 담아낼 수 있다면 더욱 좋을 일이다.

셋째는 ‘차별성(differentiation)’이다. 기존의 전통주 마당에서는 ‘누가 누가 술을 잘 만드냐’가 관심사였다면, 앞으로는 지역의 특성을 드러내는 방향으로 눈길을 돌려야 한다.

넷째는 ‘축제성(festivality)’이다. 사천의 쌀과 물과 누룩 그리고 부재료를 이용하여 품평회를 겸한 문화의 옷을 입힌 축제를 개발하면 좋겠다. 3년간은 소규모 축제로, 이후 2년은 좀 더 확대된 형태로 조금씩 나아간다면 그럴싸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대중성(popularity)이다. 사천술 연구회에서 개발한 레시피를 지역민들에 공개하여 누구나 함께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이다.

이처럼 지역성, 다양성, 차별성, 축제성, 대중성은 사천술 연구회, 나아가 ‘사천의 술’이 지향해야 할 가치다. 지역공동체와 함께 숨 쉬면서 발걸음을 옮기고자 한다. ‘만들어나가는 것이 역사’라고 했다.

고개 드니 하늘빛이 참 곱다. 술 빚기 좋은 가을이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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