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사천 유네스코 지질공원’을 꿈꾸며 ①

‘중요 지질·경관 자원을 교육·관광에 활용’이 목적
국내 지질공원 ‘국가’ 13곳, ‘유네스코’ 4곳 등록
국가는 인증만…지자체와 주민이 주체로 나서야
공룡화석에 선상지·갯벌…‘사천 지질공원’ 손색없어

‘무슨 일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쉬고 즐기느냐’가 더 중요해진 세상이다. 이에 자치단체들은 저마다 관광객 유치에 혈안이다. 사천시도 마찬가지. 그러나 관광객을 사로잡을 ‘한 방’이 못내 아쉽다. 그 틈을 메울 방안으로 ‘유네스코 지질공원’이란 이름표는 어떨까? 다양한 화석산지와 경관 자원을 엮는 것만으로도 사천시의 새로운 경쟁력이 될 수 있다.  -편집자-
 

지질공원이 지자체의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사진은 한탄강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의 한 명소인 멍우리 협곡.
지질공원이 지자체의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사진은 한탄강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의 한 명소인 멍우리 협곡.

[뉴스사천=하병주·김상엽 기자]

“어, 여기가 국가지질공원이었네?”

“아니, 유네스코 지질공원이라는데? 꽤 유명한가 봐!”

사천시를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하는 방안과 그 가능성을 찾아 나선 현장에서 문득 귀에 박힌 말이다. 그곳은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많이 찾기로 이름난 명소였다. 어쩌면 그저 유명 관광지 중 한 곳에 들렀다고 생각했을 이 탐방객은 국가지질공원과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란 안내문에 새삼 꽂힌 듯했다. 새 이름표의 값어치가 빛나는 순간이었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란?

1990년대 초, ‘지구 유산’의 보호가 중요한 가치로 떠올랐다. 이와 함께 ‘지질 유산’ 또는 ‘지질 보존’도 국제사회가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했다. 1996년 제30회 국제 지질과학 총회에서는 지질공원의 개념을 처음 잡았다. 2000년에는 유럽의 4개 지질공원이 모여 유럽 지질공원 네트워크를 결성했다. 이에 유네스코(국제 연합의 전문 기관 중 하나로서 교육, 과학, 문화의 보급과 국제 교류 증진을 꾀하는 기구)도 지질공원 제도 도입에 나서, 2004년에 세계지질공원 네트워크를 결성하기에 이른다. 이후 세계지질공원은 유네스코의 공식 프로그램으로 지정되어 세계유산, 생물권보존지역과 함께 유네스코의 3대 보호제도가 되었다.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되면 식당이나 숙박업소, 마을과 학교 등이 사업 파트너(지오파트너)로 참여할 수 있다.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되면 식당이나 숙박업소, 마을과 학교 등이 사업 파트너(지오파트너)로 참여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처음 등재된 곳은 제주도이다. 이때가 2010년 10월이다. 정부는 그 뒤인 2011년 7월에서야 자연공원법을 고쳐 지질공원 제도를 도입했다. 이듬해인 2012년 말에는 울릉도·독도, 제주도를 각각 국가지질공원으로 처음 인증했다. 이어 부산, 청송, 강원평화지역, 무등산권, 한탄강, 강원 고생대, 경북 동해안, 전북 서해안권, 백령·대청, 진안·무주, 단양 국가지질공원까지 차례로 인증했다. 그 결과 오늘날 국내 국가지질공원은 모두 13곳이다.

국가지질공원 가운데 그 가치가 더 뛰어나다고 인정받으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이 과정에 세계지질공원 이사회로부터 꼼꼼한 심사를 받아야 한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유네스코 지질공원에 이름을 올린 곳은 제주도(2010), 청송(2017), 무등산권(2018), 한탄강(2020)으로 4곳이다. 나머지 국가지질공원들도 ‘유네스코’란 이름표를 얻기 위해 노력 중이다.

국가지질공원은 ‘활용’에 방점

여기서 말하는 지질공원은 ‘지구과학적으로 중요하고 경관이 우수한 지역으로서 이를 보전하고 교육·관광 사업 등에 활용하기 위하여 환경부장관이 인증한 공원’을 말한다. 이는 자연공원법에서 정한 개념이다.

국가지질공원의 개념과 운영 원리(자료=국가지질공원사무국)
국가지질공원의 개념과 운영 원리(자료=국가지질공원사무국)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교육·관광 사업 등에 활용하기 위하여’이다. 지질공원이 사람과 동식물의 터전이 되는 지질과 경관(지형)을 보존하려는 뜻을 담고 있으면서도, 지질, 자연, 문화, 역사와 연계해 교육과 관광에 활용하려는 뜻도 강하게 담고 있음을 뜻한다. 많은 사람이 지질공원에 찾아와 배우고 체험하면, 이 과정에 그곳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경제적 혜택을 누리고, 지역 주민은 다시 높은 자긍심으로 보존에 힘쓰게 되는 원리이다. 이런 점에서 지질공원은 지역 주민이 주도하거나 참여하는 ‘상향식 제도’로 불린다.

국립공원과 비교하면 이해가 더 쉬울 수 있다. 국립공원은 자연 생태계와 문화경관을 보전하기 위해 강한 행위 제한이 뒤따른다. 하지만 지질공원은 그렇지 않다. 행위 제한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앞선 설명대로 교육과 관광에 활용하는 목적이 강하므로 ‘지역 경제 활성화’에 맥이 더 닿아 있다. 다만 특정한 지질 자원과 경관 자원 등이 이미 문화재 등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면 그에 따른 행위 제한이 따를 뿐이다.

지질공원이 국립공원과 또 다른 점은 신청과 운영의 주체에 있다. 국립공원이 정부(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에서 지정하고 관리하는 반면에 지질공원은 지자체가 신청하고 관리와 운영의 책임을 맡는다. 정부는 4년마다 가치를 평가해 인증만 해줄 뿐이다. 지자체로선 지질공원이란 이름표를 활용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활용하면 그만인 셈이다. 국가지질공원 인증을 바탕으로 유네스코 지질공원 등재도 도전할 수 있다.

지질공원의 활용법도 지자체 스스로 찾아야 한다. 이미 지질공원 인증을 받은 지자체에선 지질공원 해설사를 육성해 탐방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식당이나 숙박업소, 마을과 학교가 지질공원의 파트너로 지정돼 경쟁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그에 따른 성과도 만만찮다.

상상하라, ‘사천 유네스코 지질공원’

그렇다고 정부가 아무 곳이나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해주진 않는다. 그만한 가치가 있어야 하는 셈이다. 국가지질공원 사무국에 따르면 국가적 학술 가치를 인정받는 5곳 이상(세계적 가치 1곳 이상)의 지질 자원이 있어야 한다. 이를 활용해 지역 발전을 꾀하고자 하는 의지도 중요한 요소다.

2021년 10월 현재 국가지질공원 지정 현황(자료=국가지질공원사무국)
2021년 10월 현재 국가지질공원 지정 현황(자료=국가지질공원사무국)

1억 년 전 중생대 무렵의 사천지역은 ‘공룡의 나라’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는 게 지질학계의 평가다. 이를 증명하듯 삼천포 앞 아두섬에는 공룡 알 화석산지가 있어 천연기념물 제474호로 지정돼 있다. 지난해엔 서포면 자혜리에서 원시악어 발자국 화석이 발견돼 세계의 눈길이 쏠리기도 했다. 와룡산의 새섬바위, 사남·용현 들녘의 선상지와 광포만 갯벌도 훌륭한 지질 자원이요 경관 자원이다. 이를 잘 엮는다면 국가지질공원, 나아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사천의 새로운 가치를 찾기 위한 발상의 전환과 노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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