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기적

'기적' 영화 포스터.
'기적' 영화 포스터.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그리움의 근원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아련해지는 순간이 있다. 환절기에 주로 이런 시간이 다가오는데 어쩌면 마냥 따뜻함이 그리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영화 <기적>은 계절과 상황이 주는 불안과 혼돈을 위로하며 불현듯 흔들리는 감정의 혼란을 가만히 잠재운다. 영화가 가진 따뜻한 온기 때문이다.

국내 최초 민자역인 양원역의 실화를 모티프로 한 <기적>은 말 그대로 기적을 만드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흔히 기적이라고 했을 때 뭔가 거창하거나 비현실인 일이 이루어지는 것을 상상하기 쉽지만 영화 속 기적은 지극히 당연하며 현실적이다. 기찻길은 있으나 기차역이 없는 마을에 기차역을 만들고자 고군분투하는 고등학생 준경과 그를 응원하는 사람들의 소원을 기적이라 부르기엔 너무나 소박하지 않은가. 

이 작은 소원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를 관객들이 공감하는 까닭은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의 바람 역시 거창하지 않기 때문이다. 팬데믹 상황 속 많은 사람들의 소원은 질병으로부터 가족이 안전하고 친구들이 안녕하며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다. 거기에 지나간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레트로 요소도 한 몫 한다. 

영화는 시종일관 따뜻하고 유쾌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경북 사투리를 탑재한 등장인물들은 한껏 진지한 열정을 발산하지만 이 또한 굉장히 사랑스럽다. 실화를 소재로 하면서도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로 인해 영화는 지극히 동화적이다. 그렇다고 완전히 판타지로 흐르지는 않는데, 그 중심을 잡는 축은 역시 배우들의 캐릭터 집중력이다. 이성민은 온전히 주연일 때보다 빛나며, 박정민은 고등학생 역할에 대한 우려를 첫 등장부터 잠재우고, 임윤아는 이제 ‘소녀시대 센터’보다 배우로서 더 자연스럽다. 

이야기, 메시지, 캐릭터들이 조화를 이루며 감동을 선사하는 한편, 예상하지 못한 반전은 깜짝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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