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다른 두 마리의 개를 보다.

사랑은 더욱 사랑을, 미움은 더욱 미움을 낳는다.

 

▲ 서봉암 가는 길의 소박한 돌탑. 수많은 손길들이 하나의 소원을 이루고 있다.

 

 

▲ 투박하지만 소담스런 기원을 담아서.

 

지난 가을 조그만 암자, 서봉암을 찾았을 때입니다. 서봉암은 다솔사에서 약 2.5km 떨어진 한적한 암자입니다
암자엔 두 마리의 개가 있었습니다. 처음 보는 녀석들이었습니다.
보살에게 물어보니 두 마리가 같은 배에서 나온 쌍둥이 수캐랍니다.

 

▲ 누렁이

 

 

▲ 백구

 

그런데, 두 마리 개는 성격 및 표정이 영 딴판이었습니다.
말 못하는 동물이지만 그 동안의 성장과정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었습니다.
흰 개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듬뿍, 반면에 누렁개는 그 반대였겠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이들 두 개의 운명이 완전히 굳어져 버린 것을 느꼈습니다.
흰 개는 여전히 사랑을 갈구하며, 자꾸만 인간에게 구애를 하는가 하면 행동도 인간이 보기에 붙임성 있고 살갑게 다가옵니다.
반면, 누렁개는 사람에게 극도의 경계심을 보이며,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매우 공격적이고 외로우며, 표정 또한 딱딱합니다.

▲ 누렁이의 표정. 그는 경계심 많고 사나와서 가까이 접근할 수 없었다.다양한 표정을 가까이에서 찍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순간적인 표정이지만녀석의 표정은 겁많고 일그러진 표정이었다.
▲ 요 녀석 좀 보세요. 재롱과 애교가 이만저만 아닙니다. 끊임없이 애정을 요구합니다.사진을 찍는데 포즈까지...

이들 두 마리 개가 이렇게 된 것은 선천적 성격 탓도 물론 있을 것입니다. 동물의 속성에 대해 잘 모르는 나는 이 두 마리 개가 같은 어미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선천적으로 형성된 성격 탓보다는 성장 과정의 환경이나 경험에 의해 이렇게 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유전인자가 다르면 본성은 완전 다르겠죠. 사냥개는 사냥개의 본성을, 삽살개는 사삽개의 본성을 가지고 태어나겠죠.

대조적인 두 마리 개의 지속적인 행동과 반응으로 인해 흰 개는 점점 사랑 속에 자라게 되고 누렁 개는 자꾸만 인간의 질시 속에서 미움을 쌓아 가는 것 같아서, 마음이 좀 짠했습니다.
▲ 언제나 외로운 누렁이
▲ 먹을 것을 보채는 백구. 배가 불룩 나와 배고픈 누렁이와 대조적입니다.

인간도 마찬 가지 아닐까요.
성장기에 덤뿍 사랑을 받으면서 자란 아이는 그 사랑에 즉각 반응하고, 남의 사랑을 기뻐하며 또한 사랑을 베풀 줄도 알 것입니다. 혹 지독한 이기적인 사람으로 엇반응을 보일 수도 있겠지만은...

두 마리 개의 운명을 생각하며 생각 속에 묻혀 절 밖을 벗어나려는데, 흰 개가 꼬리를 치며 계속해서 따라왔습니다. 들어가라고 달래는데, 절 입구에 고개를 파묻고 앉아서 하염없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왜 그렇게 마음이 안 됐던지...한동안 그 녀석이 머리에 남아 있었습니다.
▲ 자꾸만 다가와 같이 놀자고...처음 보는 녀석인데, 정말 귀엽기가 한이 없습니다.

이래서 개를 키우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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