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삼조 시인.
정삼조 시인.

[뉴스사천=정삼조 시인] 우리 지역의 인구가 줄어들기만 해서, 걱정하는 지역 사람들이 많다. 60∼70년대만 해도 부둣가 경기가 살아있었던 옛 삼천포 지역으로 보자면, 주 산업이던 어업이 힘을 잃은 이후 도시가 흥을 잃고 있지 않나 싶고, 코로나19까지 겹쳐 기대했던 관광객마저 뜸하니 어떤 때에는 적막감마저 드는 큰 도로를 걸을 때가 많다.

그래도 이 작은 도시에 사는 일이 재미없는 것만은 아니다. 우선 다니기가 편하다. 사람이 많이 없으니 걷기 편하고, 차가 많이 없으니 막힐 일이 크게 없다. 어쩌다 서울 같은 큰 도시에 가 보면 거리를 꽉 메운 ‘인파(人波) - 사람 물결’에 갇혀 숨이 막힐 듯하고, 꽉 막힌 길에서 거친 경쟁을 불사하는 차의 홍수는 헤쳐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 비싼 집값을 감당하며 살아가는 큰 도시 사람들에게 한편으론 존경심도 가지만, 여기 와서 살면 얼마나 편하게 살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적당히 이름을 숨겨 처신하기 좋은, 익명성(匿名性)이 적절히 보장되지 않는 점은 다소 장단점이 있다. 작은 지역이라 잘못을 저지르면 금방 소문이 나고, 좋은 일은 금방 퍼지기 마련이다. 그러니, 처신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 장점이라면 장점이고, 몸가짐에 어딘가 부자유스런 점이 있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하지만, 좋은 정서를 간직하는 좋은 지역사회를 만들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누가 길 가다 위험에 처하는 일이 있어도 자기 일처럼 걱정해 줄 이웃이 있는 곳, 자기를 알아줄 사람이 곳곳에 있는 곳만큼 살기 편한 곳이 있을까. 

경치는 또 어떤가. 서울 같은 데서는 차를 타고 꽤 오래 가야 웬만한 유원지에 닿을 수 있다. 그나마도 사람이 많아 경치 구경보다 사람 구경에 치어 지쳐올 때가 많다. 여기서는 차를 타고 십 분만 가도 산이고, 바다다. 봄에 꽃 필 때는 꽃길이 된 도로변 어디나 소풍 온 곳이 된다. 가을에 은행나무 낙엽 지는 한적한 도로를 걷는 일은 어떤가. 바닷가는 어디를 가나 절경이다.

농산물과 수산물이 풍부한 것도 우리 지역의 자랑이다. 장날이면 인근의 농수산물이 쏟아져 나온다. 천천히 걸어도 몇십 분만에 닿는 도심에 재래시장들이 있다. 큰돈을 들이지 않아도 제철 음식을 즐길 수 있다.

1936년 3월 8일자 조선일보에 발표된 백석 시인의 시 「三千浦(삼천포)」를 소개한다. 고성, 통영, 창원을 함께 노래한 남행시초 네 번째 시인데, 우리나라 최북단이라 할 평안북도 정주 출신의 시인이 가장 남쪽인 바닷가 지역을 여행하고 쓴 시라 이채롭다.

“졸레졸레 도야지 새끼들이 간다/ 귀밑이 재릿재릿하니 볕이 담복 따사로운 거리다// 잿더미에 까치 오르고 아이 오르고 아지랑이 오르고// 해바라기하기 좋을 볏곡간 마당에/ 볏짚같이 누우란 사람들이 둘러서서/ 어느 눈 오신 날 눈을 츠고 생긴듯한 말다툼 소리도 누우라니// 소는 기르매 지고 조은다// 아, 모도들 따사로히 가난하니”

모두가 똑 같이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따뜻한 곳으로 삼천포를 그렸다. 그 당시는 삼천포읍이었을 것이다. 거름으로 쓸 잿더미에 앉은 까치를 쫓아가는 아이와 아지랑이를 통해 평화로운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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