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륜휘 '바다가분다' 공방 대표.
구륜휘 '바다가분다' 공방 대표.

[뉴스사천=구륜휘 바다가분다 공방 대표] 진주에서 삼천포로 이사를 왔다. 2년이 다 되어 가는데, 삼천포에 살아가는 나를 점검해보고자 한다. 1년 남짓 공방을 운영했다. 바다가 분다 공방에서 독서모임을 이끌어가기도 하고 그 속에서 비슷한 또래를 만나게도 되었고 그것이 반가웠지만 오래 지속되지는 못했다. 나는 외로운 사람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고 받아들여야 했다. 그들과 나의 삶의 형태는 조금 달랐고 가정과 자녀가 있는 친구들은 그들끼리의 소통 방식이 있는 듯해서 늘 주변을 어정거렸다. 서른셋인 내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관계가 부족해서 아쉬웠다. 

그래서 나는 고민을 시작했다. 외로운 채 살아가야만 하는가, 삼천포에서. 나는 언제든지 떠날 수 있으며(전세계약이 완료되면), 언제든지 바다가 보고 싶으면 찾아 올수도 있지 않을까? 고민했다. 그러니까 삼천포에서 나는 좌절하는 중이었다. 외로움을 타인에게서 해소하는 관계를 지향하는 게 아니다. 내가 이곳에 살아있는 존재이며, 움직이는 사람임을 감각하기가 힘들다는 데 문제가 있다. 그런 면에서 삼천포는 정체돼있다. 

나는 삼천포가 좋아서 이런 의문을 던진다. 지방소멸을 말하는 지금 시대에 삼천포만 이런 것도 아닐 것이다. 내가 가지는 의문이 지향하고자 하는 바는 지방소멸이라는 대주제에 담긴 작은 이야기를 해보고자 함이다. 삼천포를 떠올리면 사람들은 제일 먼저 생각하는 게 ‘바다’이다. 해변이 있고 해수욕장이 있고 그것을 아우르는 바다라는 자연과 함께 하는 도시다. 그런데 우리는 얼마나 바다에게 관심을 갖는가? 내가 말하는 관심은 적극적인 관심을 말한다. 나 살기도 바쁜데 무슨 바다에게까지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가? 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이 문제다. 자신의 개인적인 삶을 이끄는 것은 정말 큰 생활의 이유이지만 함께 살아가고자 한다면, 조금만 더 공동체에 관심을 기울여 본다면, 결국 삼천포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내가 살아가는 삼천포가 소멸해 간다고요? 아주 오랜만에 나를 귀히 여겨보자면 나는 청년이다. 청년이 살 수 있는 삼천포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회’의 가능성과 기회의 확신과 기회의 확장이 필요하다. 기회라는 것도 당장 히든카드를 내라는 게 아니다. 스며드는 흐름이 필요해 보였다. 삼천포하면 떠오르는 것이 바다이니, 청년에게 바다를 제공하는 게 아닌 바다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움직임의 기회를 마련해보자는 것이다. 해변을 걸으며 쓰레기 줍기를 요즘은 돈을 내고 체험한다고 한다. 이렇듯 청년들의 욕구는 좀 더 자연에 가깝고 어울림이 전달하는 관계 속에서 피어나는 우정으로 삼천포와 가까워지는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몇 달 이 지역에 살아보세요 권하고 가만히 방치하는 제안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삼천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게 중요하다. 타지역 거주민들에게 삼천포는 바다의 한 장면이고, 그 속에 사람들이 존재한다. 삼천포 사람들과 이방인의 교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코로나 상황에서 힘들지요, 힘들겠지요. 너무 큰 기대를 가지면 힘들기 마련이지요. 

작은 발걸음, 작음 움직임, 작게 작게 스며들고 싶다. 내가 삼천포에 이사 와서 가진 큰 기대들이 아쉬움만 남긴 데는 나의 큰 기대가 잘못이었다. 어디를 가든 천천히 스며드는 것이 중요한 것인데 나는 가만히 공방에 앉아만 있었으니 책임은 내게 있다. 이런 한계들을 체감하면서 비로소 삼천포에 스며들 준비를 하고 싶다. 청년을 희망하면, 청년을 스며들게 하라. 모든 지역의 고민들은 청년 일자리에만 주목하는데, 삶은 이내 청년들이 갖는 욕망 앞에서 일자리로만 충족되기 힘들다. 나도 청년이다, 앞으로 몇 년은. 한 청년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들어 주세요.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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