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인질

'인질'영화 포스터.
'인질'영화 포스터.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배우 황정민을 모르는 한국 사람은 드물다. 매우 드물게 그를 모를지라도 “밥숟가락 하나 얹었을 뿐”이라는 명 수상 소감은 은둔자가 아닌 이상 모를 수가 없다. 아마도 국민 배우란 호칭까지는 비껴가더라도 천만 배우이며 인기 배우임은 분명하다. <인질>은 그 황정민이 실명으로 등장하는 영화다. 본인 역할을 본인이 하는 것인데, 일단 발상 자체가 신선하다. 게다가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잡고 잡히는 액션 탈주극을 기대할 수 있으니 기꺼이 극장을 향할 이유는 충분하다.

‘서울 한복판에서 증거도, 목격자도 없이 대한민국 톱배우 ‘황정민’이 납치된다.’는 이 영화의 줄거리 소개이자 핵심이다. 중요한 것은 ‘황정민’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는 점이며, 영화도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지 않는다. 관객은 94분 동안 황정민 역할을 하는 황정민에 감정 이입해 따라가다 보면 순식간에 엔딩에 이른다. 몰입감 하나는 엄지척!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본인이 재해석한 본인을 연기하고 고군분투하는 게 이 영화의 전부다. 발상은 신선했으나 거기에 무게를 실어줄 연출의 잔재미나 액션, 캐릭터까지 기시감 충만한 클리셰의 향연이다. 본인은 숟가락을 얹었을 뿐이라고 했지만, 감독이나 관객입장에서는 진수성찬을 차려줘도 좋을 연기력을 가진 배우가 황정민이니만큼 연기를 보는 재미만으로 시간이 아깝지 않을 수는 있다. 영화 속에 차용되는 실제 황정민은 리얼리티와 장르적 재미에는 일조하고 있지만 너무하다 싶은 뻔뻔함도 엿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래도 ‘황정민이 황정민했다.’라는 생각이 드는 건 영화가 가진 여러 허점의 허들을 영리하게 넘는 연기력 때문이다.

황정민이라는 리얼리티에 탑승한 몰입도 좋은 역할극이며 소동극이다. 가을로 가는 변화무쌍한 날씨에 킬링타임용으로는 더할 나위 없겠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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