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차펀치.
홍차펀치.

[뉴스사천=박향분 차벗] 오늘은 무더위를 피하는 나만의 방법을 소개하려 한다. 바로 정자탐방이다.

저수지의 푸른 물과 그 물 위에 오롯이 피어난 연꽃을 감상하는 서택지 정자쉼터, 남양에서 출발하여 와룡산 기슭에 있는 계곡에 발 담그며 쉴 수 있는 ‘숲속그늘속’의 정자쉼터, 이금동 폴리텍대학 뒷길로 올라가서 산 중턱에 자리 잡은 정자쉼터, 죽방렴이 눈앞에 펼쳐져 있는 푸른바다를 안고 있는 산분령 정자쉼터, 삼천포 연육교 위에 초량섬의 휴게소 정자쉼터가 나의 소풍지다. 어쩔 땐 남해 창선의 바닷가를 돌면서 적량항의 바닷가에 우뚝 선 정자쉼터, 고성의 편백림 속의 정자쉼터까지 가기도 한다. 하지만 마을의 정자쉼터에는 어르신들 공간이니 건너뛴다.

정자는 가는 곳마다 그 나름의 특색이 있다. 어떤 정자는 팔각지붕, 어떤 정자는 육각지붕, 어떤 정자는 기와, 어떤 정자는 아스팔트 슁글, 어떤 정자는 비 오고 바람 불 때를 대비하여 창문까지 달아놓았다. 정자에 앉아 주변경관을 감상하며 때때로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유튜브로 음악을 듣기도 하고 맛깔 나는 강의를 듣기도 하고 읽고 싶었던 책을 읽기도 한다.

점심시간이 되면 준비해 간 도시락에 직접 만든 막걸리도 한잔. 또 후식으로 잊지 않고 차 한 잔도 등장한다. 요즘처럼 더운 날엔 따뜻한 차보다 시원한, ‘얼음 동동’ 화채가 생각난다.

어릴 때 어머니는 수박을 숟가락으로 파내어 그 속에 얼음을 띄우고 설탕을 넣어서 시원하게 화채를 만들어 주셨다. 그 시절엔 얼음을 동동 띄운 수박화채나 미숫가루를 먹었던 게 유일한 여름나기였는데, 요즘엔 그런 일이 드물다. 내 어릴 적 그 시절엔 수박이 지금처럼 당도가 높지 않았으나, 지금은 그냥 잘라 먹기만 해도 입안에서 사르르 녹을 정도의 당도를 자랑한다. 그러니 요즘은 설탕을 굳이 넣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오늘 특별하게 ‘얼음 동동’ 화채를 만들어 하루가 내내 시원하고 행복했다.

내가 행복해했던 화채, 일명 홍차펀치를 소개해 본다. ‘펀치’라는 이름은 인도어 ‘폰추’(5가지라는 뜻)에서 유래되었고, 옛날 인도의 왕이 차가운 홍차에 다섯 가지 과일을 넣고 포도주를 섞어서 즐겼다는 데에서 유래되어 유럽으로 전파되었다고 하는데, 나도 오늘 그렇게 흉내를 내 본 것이다.

하루 전날 나는 생수병에 홍차 잎을 넣고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 아침이 되니 생수병에서 홍차물이 이쁘게 우러나왔다. 홍차를 거른 찻물을 다른 병에 옮겨 붓고, 각얼음을 준비했다. 미리 냉장고에 준비해 둔 5가지 과일을 이쁜 꽃잎 모양으로 찍어서 통에 담았다. 나는 이 모두를 아이스 팩에 넣고 정자 소풍을 나선 것이다. 점심식사 후 시원한 ‘얼음 동동’ 홍차펀치를 마시니 색깔에 모양에 시원함에 감동 두 배였다.

등 뒤에는 숲이 병풍처럼 둘러 있고, 내 눈앞에는 태양 속에서 이글거리는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으며, 그 가운데 아름다운 정자에서 ‘얼음동동’ 홍차펀치를 마시는 이 기쁨! 누구 지나가는 사람 없소? 이 시원한 펀치 한 잔 나눌 텐데….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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