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사천]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 비채 / 2016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 비채 / 2016

[뉴스사천=황다슬 삼천포도서관 사서] 덥다. 너무 덥다. 덥다는 말이 지칠 만큼 더운 날이면 생각나는 책이 한 권 있다. 제목에도 여름이 들어있지만, 생생한 묘사로 1980년대 일본의 여름 색채를 가득 담은 이 책은 요즘 같은 여름에 딱 맞는 책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이제 막 건축대학을 졸업한 후, 동경하던 무라이 슌스케 소장이 있는 건축사무소에 취직하게 된다. 무라이 건축사무소는 여름이 오면 최소한의 직원만 도쿄사무실에서 출퇴근하고, 나머지는 짐을 싸서 일본의 한 시골 별장에 내려가 같이 먹고, 자고, 일하며 지낸다.

이 회사는 유행하는 스타일보다는 무라이 슌스케 소장의 스타일을 지켜 나가는 건축을 하지만, 이례적으로 ‘국립 현대 도서관’ 건축의 대형 프로젝트 경쟁입찰에 참여하기로 한다. 시골 별장에서 경쟁입찰을 바쁘게 준비하면서도 업무는 체계적으로 나누어져 진행되고, 돈을 떠나 건축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고민하고, 이용하는 사람은 물론 일하는 사람들을 고려하여 설계를 진행하는 모습을 보며 주인공은 일에 대한 태도를 배운다. 더 나아가 한 공간에서 좋은 음악을 듣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직원들과 함께 지내면서 삶에 대한 태도도 배우게 된다.

이 책은 생생한 묘사가 장점이지만 건축 이야기에 흥미가 없다면 초반에는 지칠 수 있다. 하지만, 따라가면서 한 문장 한 문장 읽다 보면 담담하고 자세한 묘사에 매료되어 여름이 되면 찾는 책이 된다. 시원한 에어컨 밑에 앉아, 쨍한 여름 볕이 내리쬐고 수풀이 우거진 마당이 있으며, 습기가 득한 공기를 머금고 있는 1980년대 일본의 한 시골 별장에서 담담하지만 치열하게 자기의 일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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