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사천] 기억의 풍선

『기억의 풍선』제시 올리베로스 글 / 나린글  / 2019
『기억의 풍선』제시 올리베로스 글 / 나린글 / 2019

[뉴스사천=신다솜 사천도서관 사서] 누구나 살아가다 보면 기억이 날 듯 말 듯 하면서 생각이 나질 않아 답답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분명히 외웠다고 생각했는데 머리 밖으로 끄집어내려 하면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 것들에서부터, 밖에서 친구와 놀다가 벗어둔 외투와 버스에 두고 내린 우산처럼 뒤늦게야 비로소 “아 맞다!”를 외치게 되는 것들까지. 사람은 망각의 동물인지라 모든 것들을 기억할 수 없고 사소한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치매는 작고 사소한 것만이 아닌 종국엔 자기 자신마저 잃어버리기에 ‘세상에서 가장 슬픈 병’이라 불리기도 한다. 그런 치매를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 책의 주인공이자 어린아이인 ‘나’는 특별한 추억들로 가득 찬 색색의 풍선들을 갖고 있다. 오랜 시간을 살아온 부모님은 나보다 더 많은 풍선을, 그리고 할아버지는 그보다도 훨씬 많은 풍선을 갖고 계신다. 할아버지는 어린 시절 친구들과 산딸기를 따러 갔던 일, 할머니와 결혼하던 날 등 당신이 가진 풍선들의 이야기를 나에게 종종 들려주신다. 물론 풍선 중에서는 나와 함께한 추억도 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할아버지의 풍선이 하나둘씩 날아가더니 결국 할아버지와 나와의 특별한 추억이 담긴 풍선마저 날아가 버린다. 할아버지는 왜 그 풍선을 잡으려 하지 않았을까?

어려움을 극복한 이야기에 주는 ‘슈나이더 패밀리 북어워드’ 명예상을 수상한 이 책은 주인공인 ‘나’와 치매를 앓는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풍선’이라는 메타포를 사용하여 따뜻하게 그려낸다. 저자는 ‘기억’이 저마다 가진 ‘풍선’이라고 상상한다. 부드러운 스케치로 표현한 흑백 그림에 오직 풍선에만 선명하고 밝은색을 입혀 점점 사라져가는 할아버지의 기억과 대조를 이룬다. 붙잡으려 해도 하나둘 날아가 버리는 할아버지의 풍선은 기억의 덧없음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가족들은 자꾸만 풍선을 놓치는 할아버지를 다그치지 않는다. 비록 할아버지가 우리를, 심지어 당신 자신마저 잊어버린다고 할지라도 누군가가 다시 기억하고 떠올린다면 그것 또한 유의미한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는 책이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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