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주부가 시작한 재취업 도전기 (하)

재취업 도전에 쓰였던 ‘항공기 기체 제작’ 교재 일부.
재취업 도전에 쓰였던 ‘항공기 기체 제작’ 교재 일부.

[뉴스사천=정인순 시민기자] 8주간의 교육과정 중 절반의 시간을 지나 5주 차에 접어든 무렵. 어색하기만 했던 동기들과도 가까워져 많은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속 깊은 이야기까지야 할 수 없었지만 보이지 않는 끈끈함도 느끼는 시간이었다. 비슷한 처지끼리 늦은 나이에 같은 목적을 가지고 부대끼다 보니 서로에게 위안이고 격려였던가 보다.

실습실은 드릴링이나 리벳팅 하는 소리로 늘 시끄러웠다. 교육생들의 이마엔 가득한 열정만큼 진한 구슬땀이 맺혀 흘렀다. 교육기간이 아직 남았음에도 업체에서는 면접 의뢰가 조금씩 들어오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막상 면접이다 뭐다 하니 갑자기 심란해졌다. “학교 울타리 안에서 공부하고 있는 지금이 호시절”이라거나 “나가면 그때부터 고생”이라는 이야기를 동기들끼리 나눴다. 취업을 위해 매진하고 있지만 낯선 공간 낯선 일이 두렵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심정이 고스란히 녹아든 이야기였다.

실제로 우리 과정의 ‘분위기 메이커’인 동갑내기 남자 동기가 면접을 본 뒤 합격통지를 받고는 갑자기 말수도 줄고 얼굴에 걱정이 가득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면접을 보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나도 두 곳에 지원서를 넣었는데 아직 연락이 없다. 면접 보란 연락이 없으니 나만 뒤처진 기분이다.

교육과정이 고용노동부 주도 지원 사업이다 보니 학교뿐 아니라 여러 단체에서 도움의 손길이 많다. 청춘사진관에선 무료로 증명사진을 찍어준다. 또 취업 역량 교육의 일환으로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 작성법이나 중장년층을 위한 면접전략 등은 외부 업체에서 강사가 나와 무료컨설팅을 해준다. 원하는 사람은 일대일 상담도 가능하다.

또한 여성들의 경우 사단법인 여성새로이일하기센터에서 새일여성인턴제(이하 여성인턴제)를 신청할 수 있다. 경남 도비와 여성가족부 예산으로 운영되는 여성새로이일하기센터는 예산의 일부를 여성인턴제에 사용하고 있다.

이 제도는 구직여성을 구인 업체에 연결한 후 구직여성이 3개월의 인턴과정을 거쳐 정규직으로 바뀌고, 다시 6개월간 근속하면 60만 원의 근속 장려금을 1회 지급하고 업체에는 월 80만 원씩 3개월간 인턴지원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여성인턴제는 해마다 예산 소진 시까지 적용되니 가능하면 일찍 센터에 문의해보는 것이 유리하다. 이 센터에서는 워크넷 구인·구직 정보등록, 찾아가는 직업상담, 창업지원 컨설팅 등 여성들을 위한 다양한 사업들을 하고 있다.

업체 견학은 이 과정의 꽃이다. 관내에 있는 항공 관련 업체들을 방문해 실무자들이 하는 일을 눈으로 직접 보고 생산 현장의 환경이나 분위기를 제대로 알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교육이 끝을 향해 갈수록 동기들의 취업 소식도 속속 들려왔다. 불황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절반 이상이 수료 전에 이미 취업을 나갔다. 단출하게 치러진 수료식에는 아직 기회를 잡지 못한 이들만 참석해 약간의 씁쓸함이 있었지만 그래도 끝까지 해냈다는 성취감도 있어 서로를 축하하며 훈훈하게 막을 내렸다.

업체 사장님과의 면담이 잡혔다는 학과장님 전화에 정장 재킷을 꺼내 구김 없이 다리며 생각한다.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습득하고 성장해가는 과정은 자신을 되돌아볼 소중한 기회이다. 잠들어 있던 열정을 깨워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많은 것을 배우고 생각한 시간이었다. 이번 교육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에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다. 동기들에게도 행운이 늘 함께하길 바란다.

우리가 살아가며 겪는 모든 일엔 처음이 있다. 나는 지금 다시, 지나가 본 적 없는 새로운 길 앞에 서 있다. 어떤 무대가 펼쳐질지 알지 못하는 길 앞에서 두려움이 앞서지만, 첫발을 내디딜 준비가 되었다. 나는 나의 가능성을 믿는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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