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블랙 위도우

'블랙 위도우' 영화 포스터.
'블랙 위도우' 영화 포스터.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이제는 MCU(Marvel Cinematic Universe)가 어떤 세계관인지 모두가 안다. 또한 마블 코믹스가 이 장구한 세계관을 대중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어떤 전략을 취했는지도 안다. 원년 멤버인 <아이언맨>과 <토르>는 3편까지, 이 외에도 <캡틴 아메리카>, <헐크>, <스파이더맨>, <블랙 팬서>, <앤트맨> 등등 어벤져스의 주요 캐릭터는 모두 개별 히어로 무비를 통해 전사를 쌓아 올렸다. 그러나 늘 주목도 상위에 랭크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블랙 위도우>에 관한 이야기는 없었다. 

이제 어벤져스 히어로들이 <어벤져스: 엔드게임 (2019)>으로 퇴장하고 MCU는 페이즈4로 접어들었다. 뒤늦게 징검다리의 역할로 <블랙 위도우>의 전사가 밝혀지는데, 기다림만으로도 먹먹한 이 MCU 솔로 무비를 보기까지 무려 10년이 걸렸다는 점에서는 아쉽고도 아쉽지만, 인간 ‘나타샤 로마노프’에 바치는 때늦은 이 헌사는 러닝타임 내내 짜릿하고 짠하고 먹먹하면서 충분히 감동적이다. 더군다나 MCU의 팬이라면, <어벤져스-엔드게임>을 본 관객이라면 나타샤가 어떤 결말을 맞게 되는지를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블랙 위도우>를 MCU 세계관에서의 시간 흐름상으로 살펴보자면 대략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2016)>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2018)> 사이 어디쯤인가에 위치한다. 이들 영화에서 살포시 드러나는 나타샤 로마노프의 트라우마가 어디에서 기인했는지를 확장한 것이 <블랙 위도우>이다. 소비에트연방 시절, KGB 산하의 인간 살인 병기이자 스파이 양성조직인 ‘레드룸’에서 나타샤 로마노프가 어떠한 일을 겪었는지를 보여 주는 것만으로도 관객은 왜 그녀가 시리즈 내내 그토록 어둡고 그늘졌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첨단장비로 무장하지도 않았고, 인간개조 프로젝트로 인공 슈퍼히어로가 된 것도 아니다. 머나먼 외계에서 날아온 존재도 아니며, 마법도 부리지 못한다. 그저 온몸으로 부대끼며 고난을 헤쳐나오는 인간의 모습을 한 나타샤 로마노프는 MCU에서 11년간 구르고 굴러 힘들게 얻은 모든 것들을 페이즈4의 캐릭터 ‘퓨’에게 물려주고 떠난다. 이것이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이미 한 번의 작별식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이별에 가슴이 저리는 이유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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