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 중 아이 때려…8개월 여아 중환자실서 치료 중
20대 부부는 지적장애, 아이는 희귀난치성 질환 앓아
육아 문제 등으로 갈등…‘장애도우미 지원’은 연결 안 돼

 

[뉴스사천=강무성 기자] 12일 사천의 한 20대 부부가 부부 싸움 중 아이의 엄마가 8개월 된 자신의 여아를 때려 의식불명에 빠트렸다는 여러 언론매체의 보도가 잇따랐다. 이 사건은 비슷한 내용으로 수백 건의 기사가 포털사이트에 쏟아지면서, 포털 댓글 등에는 “철없는 엄마의 아동학대” 등의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하지만 뉴스사천 취재 결과, 단순 아동학대 사건으로만 치부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경남경찰청 아동학대특별수사팀은 12일 생후 8개월 된 자신의 아이를 때린 20대 엄마 A씨를 아동학대 등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A씨는 12일 새벽 1시께 경남 사천의 집에서 남편 B씨와 부부싸움을 하던 도중 우발적으로 자신의 아이를 손으로 여러 차례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부부는 12일 아침께 아기가 깨어나지 않자, 경상국립대병원 응급실로 아이를 데려갔다. 병원 의료진은 의식불명 상태의 아이의 얼굴과 몸에 멍이 있는 것을 보고, 경찰에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다.

경찰 조사에서 엄마인 A씨는 부부싸움 중 화를 참지 못해 아이를 몇 차례 손으로 때렸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아빠인 B씨에 대해선, 참고인 조사 한 후 돌려보냈다. B씨는 순식간에 일어난 일로 A씨를 말리려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12일과 13일 여러 언론매체에서 '부부싸움 중 아이를 때려 중태에 빠트린 20대 엄마 체포'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12일과 13일 여러 언론매체에서 '부부싸움 중 아이를 때려 중태에 빠트린 20대 엄마 체포'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여기까지가 다수의 매체에 보도된 내용이다. 짧은 내용만으로는 이 사건의 전체적인 상황을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어, 사건을 좀 더 들여다봤다.

경찰과 사천시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둘 다 지적장애 3급으로, 사천시 한 장애인시설에서 만났다. A씨와 B씨는 아이가 생기자 혼인신고를 했고, 8개월 전 C양을 낳았다. C양은 태어날 때부터 희귀난치성(기타골격 변화를 동반한 기타 선천성 골격 증후군) 질환을 앓고 있어,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는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부모를 모두 여윈 상태로 친척집에서 C양을 키우고 있던 상태였다. B씨 역시 본인의 부모 집과 A씨의 집을 오가던 상황이었다. 두 부부는 함께 살기 위해 좀 더 넓은 평수의 LH 신혼부부 주택을 신청할 예정이었다. 평소 낮 시간대는 A씨의 친척이 A씨와 C양을 함께 돌봐줬으나, 밤부터 아침까지 C양의 육아는 A씨 혼자의 몫이었다. 

사건이 있던 밤 A씨는 남편인 B씨에게 전화해 자신의 집으로 불렀다. 이후 부부는 육아 등의 문제로 다퉜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부싸움 당시 A씨가 화를 참지 못하고 아이를 때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경찰에 따르면, A씨와 B씨 부부는 부부싸움이 끝난 후에도 아이의 상태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그대로 잠이 들었다. 12일 아침 A씨의 보호자인 친척이 일을 마치고 돌아와서야 아이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발견했다. 이에 A씨 부부와 친척이 함께 119를 불러 아기를 병원으로 후송했다. 병원에서는 아이의 상태를 보고, 학대 의심신고를 했다.

경찰과 사천시는 그동안 A씨와 B씨 가족에게서 아동학대나 가정폭력신고가 접수된 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사천시는 “C양의 희귀난치성 질환 때문에 A씨와 C양은 2주 간격으로 병원을 방문했고, 그동안 병원에서도 학대 정황 같은 것은 없었다”고 전했다.

사천시 아동학대 담당부서인 여성가족과는 당분간 A씨와 C양을 분리시켜 놓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 사천시는 C양이 회복되는 상황을 봐서 위탁가정에 보내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A씨와 B씨의 보호자 모두 아기를 돌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천시는 진료비와 간병비 지원을 위해 C양을 돌보고 있는 친척과 수시로 연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는 C양의 상태가 조금씩 호전되고 있다고 전했다. 

사천시 여성가족과 관계자는 “부부와 아이 모두 장애가 있어 시에서도 그동안 지원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을 했다. 혼자 아이를 키우기 힘든 상황이어서 장애인 도우미 지원 등을 하려 했으나, 아이의 엄마가 외부인 접촉 자체를 꺼려 지원이 힘든 상황이었다. 본인이 거부하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A씨의 보호자가 집을 비운 상태에서 사건이 발생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수사에서 학대로 판단되면 아기의 상태가 회복된다고 해도 A씨에게 인계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사천시 관련 부서들이 함께 모여 지원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사천시의회 의원들도 “사천시의 장애가정 관련 사회안전망과 복지정책 등에 문제가 없는 지 살펴보고, 의회에서도 함께 지원방안을 찾아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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