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삼조 시인.
정삼조 시인.

[뉴스사천=정삼조 시인] 우리 지역 문학의 선구자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신 우보(牛步) 박남조 선생의 시비가 신수도에 곧 세워질 예정이다. 5월 15일 오후 1시 그 제막식이 예정되어 있다. 이 섬은 선생께서 진주에 있는 경남사범학교를 반일(反日) 사상을 가졌다 하여 퇴학 당한 후, 그 젊은 날의 패기와 정열을 다 바쳐 야학과 계몽운동을 광복 직전까지 13년 동안 펼치신 곳이다. 

선생의 정신을 잘 드러낸 것으로 생각되는 단편소설이 마침 발견되었기에 소개한다. 192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현상공모에 삼등으로 입선한 작품이다. 선생께서 1909년생이시므로 이때는 대충 경남사범학교에서의 학업이 마무리되는 시절로 미루어 볼 수 있겠다. 신문에도 ‘진주 박남조’로 소개되어있다. 내용은 대충 다음과 같다.

“주인공 민태신은 가난한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나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처지이므로 하고 싶은 학업에 전적으로 매달릴 수 없다. 독학으로 공부를 하며 여러 직업을 가지던 중, 한 일본인 표구업자의 집에 들어가 살면서 표구 일을 하게 된다. 주인은 일본 정신을 숭상하는 사람으로 많은 재산을 가진 사람인데, 태신을 매우 신뢰하여 딸 둘밖에 없는 자신의 가업을 이을 양자로 들이고자 하였다. 하지만 태신은 이 제안을 거절한다. 진주에서 주인집의 본댁인 마산으로 옮겨가 살게 되자 이번에는 주인집 맏딸의 적극적인 구애(求愛)를 받게 되었지만, 태신은 돈과 미녀를 다 뿌리치고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개척하기 위해 어느날 밤 기차를 타고 떠난다.”

심훈 선생의 소설 「상록수」가 1935년 동아일보 현상공모에 당선된 작품이므로 우보 선생의 단편소설은 그 6년 전에 이미 상록수에 나온 정신을 앞서서 소설로 드러내고자 했을 뿐 아니라 상록수보다 앞서서 야학과 계몽운동에 매진하셨으니, 우보 선생이야말로 시대의 선구자라 할 수 있겠다. 내친 김에 우보선생께서 동아일보에 1929년 11월 13일 발표하신 시 「내 마음」을 소개한다. 하고자하는 일을 마음 놓고 펼치지 못하는 일제강점기 젊은이의 고뇌를 그린 작품으로 읽을 수 있겠다.

“빈 방안에 홀로앉아서/ 담배연기를 호∼ 뿜어 놓고/ 그 연기의 가는 곳만 가는 곳만/ 보고 있는 내 마음// 캄캄한 밤의 반짝어리는/ 별 밑에서 두 손을 허공에 휘둘러/ 그 무엇을 잡을려고 잡을려고/ 하는 내 마음// 남아(男兒) 이십에/ 무엇 한 가지 할 일 없고/ 무심히 돌아가는 시계의 바늘만/ 안타까워 안타까워 하는 내 마음” 

  1929년이면 우리나라 현대문학이 형성되던 시기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이 시기의 문학 작품은 매우 앞선 시기에 발표된 것이다. 본격적인 현대문학의 선두라 할 이광수의 소설 「무정(無情)」이 1917년 신문연재소설로 발표된 사실만 보더라도 이런 사정은 알 수 있겠다. 우리 고장에서 이러한 앞선 시기에 능력을 인정받은 문인이 배출되었다는 사실은 우리 고장의 긍지요 자랑거리로 삼아야 마땅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보 선생의 험담을 근거 없이 하는 사람이 있다 하고, 그래선지 우보 선생의 시비를 우리 지역 문학 중심지인 노산공원에 건립하는 것을 꺼리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안다. 안타까운 일이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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