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삼조 시인.
정삼조 시인.

[뉴스사천=정삼조 시인] 사람의 목숨만큼 소중한 것이 없는데 이 목숨은 강한 것 같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한없이 연약한 것 같기도 하다. 천수(天壽)를 다하기까지 무수한 위험에 항상 맞닿아 있는 게 인생사라, 사람들은 이 목숨을 지키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해 왔을 것이다. 그 결과로 ‘나라’가 생겼고, 그 나라는 국민의 목숨을 보호하는 데 신명(身命)을 바치기로 약속한다는 전제(前提) 아래 생겼을 것이라는 점도 쉽게 짐작할 수 있겠다.

지난 4월 16일이 세월호 7주기라 한다. 우리 지역에서는 ‘세월호 7주기 사천추모위원회’ 주최로 ‘함께만드는언니네협동조합’에서 세월호 7주기 추모 공동체영화 「당신의 사월」을 지난주 5일간 상영했다. 

세월호 사건은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50분경 「청해진 해운」 소속 인천-제주 간 운항 「세월호」가 전라남도 진도군 조도면 부근 해상에서 기울어져 결국 전복 침몰한 사고이다. 당시 단원고등학교 학생이 주요 구성원을 이루는 탑승인원 476명 중 304명이 사망하였다. 침몰 사고 생존자 172명 중 절반 이상은 해양경찰보다 늦게 도착한 어선 등 민간 선박에 의해 구조되었다. 

이 사고는 사고 직후, 관계기관에서 대처만 잘했어도 사망자를 줄일 수 있었다는 점에서 국가의 책임을 묻는 의문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당시 뉴스에는 배가 침몰하고 있으나 인명은 전원 구조하였다는 보도가 떴고, 그 보도가 곧 오보였다는 ‘뉴스’가 등장한 후 배가 기울고 마침내 가라앉는 모습이 TV로 생중계되고 있었다. 겉으로야 사람이 없었지만, 화면 속 그 배 안에서 304명의 목숨이 사라지고 있는 그 모습을 전 국민이 생생히 바라보고 있었던 셈이다. 

세월호의 불법적 운항과 관련한 수사, 사고 후 세월호 선장을 비롯한 일부 승무원의 무책임함 등은 대충 밝혀졌어도 정작 중요한 사고 대처 과정의 불투명함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수백 명 국민의 목숨이 순간의 판단에 달렸는데도 지휘체계는 없고, 현장에는 무능력한 해양경비정과 별 할 일 없는 헬리콥터 몇 대가 서성이고 있었을 뿐이었다. 

나라의 역할은 무엇인가 하는 데 대한 명쾌한 답을 줄,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잘못의 책임을 질 사람들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올해 ‘세월호 7주기 기념식’에 여야가 나란히 참석한 일은 참으로 잘된 일이다. 하지만, 세월호 문제 규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세월호 사건을 말한 시 중 함민복 시인의 시 「숨쉬기도 미안한 사월」의 끝 부분을 소개한다.

“핸드폰을 다급히 품고/ 물 속에서 마지막으로 불러 보았을/ 공기방울 글씨// 엄마,/ 아빠,/ 사랑해!// 아, 이 공기, 숨 쉬기도 미안한 사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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