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업 피해는 ‘인정’…그래도 ‘보상’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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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업 피해는 ‘인정’…그래도 ‘보상’은 안 된다?
  • 하병주 기자
  • 승인 2021.04.07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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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보도] 남강댐과 사천, 그 오랜 악연을 파헤친다④

목숨 건 ‘어업 피해 조사 보고서’를 애써 외면하는 정부
남강댐 방류로 흘린 어민들 피눈물의 역사는 언제까지
보고서 “구조적이고 항구적인 어업피해 대책 마련해야”


전국의 댐 가운데 유일하게 인공 방류구를 가진 남강댐. 이 인공 방류구로 남강과 낙동강 하류는 홍수 피해가 크게 줄었지만, 사천시와 남해안은 졸지에 물벼락을 맞았다. 물벼락은 곧 ‘더 살기 좋은 사천’을 만드는 데 큰 걸림돌이었다. 그런데도 ‘이미 계산 끝난 일’이라며 보상에 손사래만 쳐온 정부. 되레 더 큰 물벼락 계획을 내놓고 있다. 이에 <뉴스사천>은 남강댐의 어제와 오늘을 살피면서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이란 폭압의 현실을 고발한다.


[뉴스사천=하병주 기자] 남강댐 비상 방수로(=인공 방류구)가 들어선 뒤 홍수철이면 늘 피해를 보는 두 부류가 있다. 주택과 농경지 침수를 되풀이하는 저지대 주민들과 어민들이다. 이 가운데 침수 피해는 그나마 그 폭을 줄이기 위한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반면 어업 피해는? “댐 건설 초기에 이미 보상 끝”이라는 정부 논리에 가로막혀 손해를 회복할 방법도 없고, 앞으로의 피해도 막을 방법이 없다. 적어도 지금처럼 계속 간다면 그렇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점에 대해선 “정부가 꼭 새로운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게 어민들의 주장이다. 과거에 이미 “소멸보상을 했다”는 정부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2000년대에 들어 몇 년에 걸친 법정 다툼을 벌였고, 비록 그 결과가 좋지는 않았으나, 어디까지나 그것은 법의 허점이요 제도의 미비 때문이란 게 어민들의 생각이다. 그러기에, 남강댐 사천만 방류에 따른 어업 피해 보상 요구는 지금도 드높다.

과거 남강댐 방류로 가두리 양식장이 큰 피해를 입은 모습. 군장병들이 양식어류 폐사체를 수거하고 있는 장면. (사진=뉴스사천DB)
과거 남강댐 방류로 가두리 양식장이 큰 피해를 입은 모습. 군장병들이 양식어류 폐사체를 수거하고 있는 장면. (사진=뉴스사천DB)

여기서 말하는 ‘소멸보상’과 ‘법정 다툼’에 관해서는 다음 기회에 짚는다. 다만 여기선 ‘남강댐 방류로 어업 피해가 발생하는가’라는 단순한 물음부터 던져 보기로 한다.

사실, 대답은 너무 빤하다. 호수처럼 들어앉은, 작은 내만인 사천만에 강물이 쏟아져 들어오면 바닷물은 금방 민물로 변한다.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면 염도가 ‘0’인 상태로 며칠 이어지기도 했다. 이럴 때면, 물고기처럼 빠르게 헤엄칠 수 있는 녀석들은 그나마 넓고 큰 바다로 도망이라도 친다. 하지만 굴과 같은 부착 생물, 갯벌 속 조개류, 그리고 바닥에 기면서 살아가는 생물들은 치명상을 입는다. 그러니 남강댐 방류로 사천만에는 어업 피해가 ‘심각히’ 발생하는 것이다. 육지에서 떠밀려 온 온갖 쓰레기는 제쳐두고서라도 말이다.

이에 대해선 정부도 최소한 인정하는 분위기다. 정부 출자 공기업인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직접 발주한 연구 용역 결과로도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자원공사는 2005년 2월에 ‘남강댐 방류로 인한 사천만 일대 해양환경영향 및 어장의 경제성평가 조사연구’를 의뢰했다. 연구를 맡은 곳은 경상대학교 해양과학대학 해양산업연구소. 연구 용역의 이름에서 짐작하듯, 남강댐의 사천만 방류가 바다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가 핵심 과제였다.

남강댐 방류로 사천만에서 가물치와 향어 등 민물고기가 잡힌 모습. (사진=뉴스사천DB)  

물론 이러한 연구를 정부나 수자원공사가 스스로 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아니었다. 2002년에 불어닥친 태풍 ‘루사’가 할퀸 후유증이 매우 컸고, 이에 어민들의 강력한 요구가 잇따랐기에 가능했다. 특히 2003년에 잇달아 불어닥친 태풍 ‘매미’와 그로 인한 남강댐 방류 문제가 겹치면서 나온 극적인 결과물이었다. 이 과정에 어민들은 방류를 막기 위해 방류구 아래에서 대치하기도 했다. 그러니 이 연구의 보고서는 어민들이 목숨 걸고 싸운 결과물이기도 한 셈이었다.

면허어업의 업종별 연간어업손실액(사천)(출처: 남강댐 방류로 인한 사천만 일대 해양환경영향 및 어장의 경제성 평가 조사 보고서)
면허어업의 업종별 연간어업손실액(사천)(출처=남강댐 방류로 인한 사천만 일대 해양환경영향 및 어장의 경제성 평가 조사 보고서)

‘연구 결과를 왜 빨리 공개하지 않느냐’는 시비까지 겪은 끝에 최종 연구 보고서가 나온 것은 2008년 11월이다. 3년을 훌쩍 넘겨 나온 보고서는 어쩌면 예상대로였다. 남강댐 방류가 사천만뿐 아니라 남해와 하동까지 광범위하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담고 있었던 것이다. 이를 두고 어민들은 “섬진강 쪽에서 오는 강물의 영향을 지나치게 많이 잡았다”는 등의 불만도 제기했으나, 큰 틀에서는 받아들였다.

남강댐 방류에 따른 사천남해하동 연간어업손실액(출처=남강댐 방류로 인한 사천만 일대 해양환경영향 및 어장의 경제성 평가 조사 보고서)
남강댐 방류에 따른 사천남해하동 연간어업손실액(출처=남강댐 방류로 인한 사천만 일대 해양환경영향 및 어장의 경제성 평가 조사 보고서)

연구 보고서는 조사 해역의 현황 조사에서 시작해 방류량별 담수(민물) 확산 범위 및 해양환경변화에 미치는 영향 조사, 어업 현황 및 생산량 조사를 바탕으로, 어업피해범위 및 어장의 생산 감소율, 어업 감소액 및 어업의 경제성을 따져 실었다. 이 가운데 어민들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어장의 생산 감소율과 피해 범위, 어업 감소액이었다.

 

남강댐 방류량별 사천만 어업 생산 감소율(예측). (출처=남강댐 방류로 인한 사천만 일대 해양환경영향 및 어장의 경제성 평가 조사 보고서)
남강댐 방류량별 사천만 어업 생산 감소율(예측). (출처=남강댐 방류로 인한 사천만 일대 해양환경영향 및 어장의 경제성 평가 조사 보고서)

이를 예측하기 위해 해양산업연구소는 남강댐 방류량을 1초에 1016톤으로 88시간, 1750톤으로 88시간, 3250톤으로 74.5시간, 6000톤으로 65.5시간 지속할 때의 염분감소와 생산감소 범위를 구했다. 그 결과 1750톤/초로 88시간 흘렸을 경우 서포 앞바다와 송포동 앞바다까지의 어장 생산감소율은 60%를 넘어섰다. 어장 생산감소율 60%선은 방류량을 3250톤/초로 늘림에 따라 남해 술상 앞바다에서 남해 창선 안쪽과 실안 앞바다까지로 늘어났다. 방류량을 6000톤/초로 늘렸을 땐 신수도 앞바다에서 노량 앞바다까지 포함했다.

이를 사천지역 연간 어업손실액으로 환원하면 3250톤(초당) 방류 기준으로 면허어업(마을·패류양식·어류양식)만 98억 원이 넘었다. 여기에 연안어업, 해상종묘생산어업, 구획어업, 잠수기어업, 나잠어업 등을 합치면 132억 원이 넘는다.

남강댐 초당 3250톤 방류 시 사천시 연간 어업손실액 (출처: 남강댐 방류로 인한 사천만 일대 해양환경영향 및 어장의 경제성 평가 조성 보고서)
남강댐 초당 3250톤 방류 시 사천시 연간 어업손실액 (출처: 남강댐 방류로 인한 사천만 일대 해양환경영향 및 어장의 경제성 평가 조사 보고서)

한 가지 뚜렷한 특징은 인근 남해와 달리 사천지역은 방류량이 적을 때부터 어업손실액이 급격히 늘어난다는 점이다. 적은 방류량에도 사천만의 저염화 현상이 급속히 진행되고, 그만큼 치명타를 입는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그런데도 정부는 아직도 피해 보상은 물론 적절한 대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 보고서에서 “어업 경제성을 상실한 어장에 대한 구조적인 대책 수립과 항구적인 어업피해 방지 대책을 정부 차원에서 조속히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결론 짓고 있음에도.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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