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묵화 같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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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묵화 같은 이야기
  • 배선한 시민기자
  • 승인 2021.04.07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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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선한의 영화이야기] 자산어보
자산어보 영화포스터
자산어보 영화포스터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K-Pop, K-Movie, K-Beauty 등 이제는 백범 선생이 외쳤던 문화강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랑스러운 이름이 봄비 맞은 풀꽃처럼 쑥쑥 자라고 있는데, 이제는 선택받는 입장에서 벗어나 문화강국의 위치에서 새로운 보물을 내세워도 충분하겠다. 아마도 K-Movie에서라면 ‘이준익’이라는 이름이 첫손에 꼽히지 않을까. 쉽고도 재미있게 한국의 역사를 보여주면서도 메시지마저 챙기는 명감독이기 때문이다.

이준익 감독의 열다섯 번째 연출작이자 두 번째 흑백영화인 <자산어보>는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조선 시대의 학자 정약전 선생을 중심으로 [자산어보] 서문에 등장하는 ‘창대(변요한)’을 주목하는 영화다. 이준익 감독의 연출 특징은 시대극에서도 국가나 정치세력과 같은 거대세력이 아니라 개개인의 감정과 행동을 통한 미시사에 공을 들인다. 이것이 오히려 더욱 강한 설득력을 가지게 되는데, 공감과 감정적 교류는 가슴 울리는 진한 여운으로 남는다.

정약전은 “상놈”이라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살만큼 성리학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서학(카톨릭)을 받아들였다는 이유로 유배 온 머리가 깬 학자이며, 창대는 모질고 험한 바다와 상놈이라는 신분의 한계를 벗어나고자 국가의 통치이념으로서의 성리학의 굴레를 뒤집어쓰려 한다. 이 둘의 벗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가 한지에 스며드는 수묵화 같으니, 그저 아름답고 감동적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밖에 없다는 게 아쉬울 뿐이다.

사극을 흑백영화로 만들었음에도 전혀 이질감이 들지 않는 연출 또한 훌륭하다. 흑백 필름은 옛날 영화 또는 낡은 매체라는 편견과 차분하고 정적인 장면에서 사용한다는 선입견이 허물어진다. 격렬하고 동적인 장면이 흑백 필름과 어우러지니 신선하다는 느낌만 가득하다. 어쩌면 레트로 열풍과 맞물려 흑백 영화의 붐이 일어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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