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암모나이트

암모나이트 영화포스터
암모나이트 영화포스터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암모나이트>의 주인공 시얼샤 로넌을 처음 본 것은 2009년作 <러블리 본즈>였고, 순간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 케이트 윈슬렛이 떠올랐다. 이후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레이디 버드>, 근작 <작은 아씨들>까지 진화하는 그녀의 연기와 행보 또한 유사해서, 다들 이 두 배우가 만났을 때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었다. 

<암모나이트>의 서사는 굉장히 단순하다. 1840년대 영국 남부 해변 마을을 배경으로, 생계를 위해 화석을 발굴하는 고생물학자 메리(케이트 윈슬렛)가 요양을 온 상류층 부인 샬럿(시얼샤 로넌)을 만나 사랑에 빠지는 퀴어 무비다. 지금도 차별이 만연하건만 19세기 초중반의 사회는 오죽했을까. 할 수 있는 것보다 하면 안 되는 일들이 더 많던 시대를 살았던 실존 인물들의 사랑 이야기가 <암모나이트>이며, 시대 자체는 한마디로 갑갑 무인지경이다. 아름다운 풍광을 간직한 한없이 열린 공간이지만, 그것은 단지 자연이 주는 풍경일 뿐 이 공간 속의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내적 공간은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억압적이며 갇혀있다.

다만 억압의 시대와 마치 화석 같은 인물들의 답답함을 성실하게 묘사하는 것까진 좋으나 기대했던 심장을 뛰게 할 만큼 뜨거운 두 배우의 교류는 웬걸, 연출 자체가 지나치다 싶을 만큼 딱딱하고 건조하기만 하다. 강력하게 통제된 미장셴과 사운드가 영화의 주제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지만, 단순한 서사에 인물의 심리 변화마저 통제된 연출 속에 놓이다 보니 관객입장에서는 뜬금없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 불친절함 때문에 몰입이나 공감은 고사하고 그야말로 단단한 암모나이트를 러닝타임 내내 들여다보는 느낌이 든다. 암모나이트를 그대로 두거나 변죽만 울리는 것보다는 조금 더 공들여 발굴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무색무취, 무미건조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영화의 분위기가 본래의 의도였다면 충분히 성공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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