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보도] 남강댐과 사천, 그 오랜 악연을 파헤친다①

남강댐의 독특한 홍수관리체계 ‘사천만 방류구’
남강댐 탄생부터 ‘치수능력증대사업’에 이르기까지
수리모형 실험 결과, 그 불편한 진실은 무엇?

 


[뉴스사천=하병주 기자] “남강댐의 독특한 홍수관리체계…댐 하류지역의 홍수 취약성으로 인해 유역변경식 홍수 조절…방류량은 다른 지역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글은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2009년에 수행한 ‘남강댐 방류량 변화에 따른 하류 지역의 수리 안정성 분석 연구’ 보고서에 담긴 것이다. 연구 배경을 소개하는 대목에서 추려 뽑은 것으로, 남강댐이 지닌 독특한 특징을 제대로 설명한다. 전국 24개 댐 가운데 유일하게 인공 방류구를 지녔고, 이 인공 방류구가 사천만으로 향함으로써 사천시를 비롯한 남해안 일부 지역이 뜻밖의 피해를 보고 있음을 인정한 꼴이다.

사실 이는 웬만한 사천사람들이라면 다 아는 내용이다. 오히려 너무 빤한 사실로 여기고 문제의식조차 갖지 못할까 봐 걱정해야 할 판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이는 결코 작은 일이 아니며 당연하게 여길 일도 아니다. <뉴스사천>이 신년기획 보도에서 언급했듯, 사천시의 미래에 생존이냐 소멸이냐를 다툴 아주 중요한 문제로서, 특히 사천시민들이 올해에 꼭 관심을 가져야 할 주제다. 정부가 남강댐의 ‘치수 능력 증대’ 또는 ‘안정성 강화’를 이유로 사천만 쪽 방류 수문(=제수문)을 지금보다 훨씬 더 키우겠노라 공공연히 밝히고 있는 탓이다.

남강댐 치수능력증대사업 조감도.
남강댐 치수능력증대사업 조감도.

하지만 따져보자. 남강댐의 인공 방류로 사천만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은 지금도 크고 작은 피해를 보고, 잦은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자연의 순리대로라면 겪지 않아도 될 피해요, 불편이다. 이렇듯 댐으로 인한 최대 피해 지역으로 전락해버린 사천. 그럼에도 극히 일부 지역만 빼고선 「댐 건설 및 주변 지역 지원 등에 관한 법률」로 지원받거나 보호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를 두고 ‘처량한 처지’라고 해야 할까. 아니, 이 말로도 다 담아내지 못하는 서글픔과 자괴감, 분노 같은 응어리가 사천사람들의 마음속엔 서려 있다. 그런데 이 응어리를 풀기는커녕, 되레 더 많은 물을 사천만으로 쏟아내려는 정부의 의지를 마주하고 있는 셈이다.

사천만 방면으로 쏟아지고 있는 남강댐 물
사천만 방면으로 쏟아지고 있는 남강댐 물

이에 <뉴스사천>은 앞으로 여러 차례의 기획보도로서 남강댐이 지닌 문제점을 파헤칠 예정이다.

1920년 일제강점기에 낙동강 종합개수계획의 하나로 검토되어 1969년에 준공한 옛 남강댐이 어떤 과정으로 오늘에 이르렀는지 역사부터 살핀다. 여기서 꼭 짚어야 할 것은 어민들에 대한 정부의 어업권 보상이다. 어떤 원칙으로 어떤 범위까지 얼마나 보상을 했느냐가 핵심이다. 이는 남강댐 방류가 있을 때마다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어민들과, 이미 멸실 보상을 했다고 주장하는 정부 사이의 괴리를 확인함과 동시에 미래에 새로운 관계 설정을 위한 디딤돌이 될 수 있다.

1999년에 이르러 남강댐을 보강했다는 사실에도 주목해야 한다. 당시 ‘물그릇을 3배 키우므로 홍수 조절 능력이 커지고, 그만큼 사천만 방류량도 줄어들 것이므로 댐 보강에 따른 환경영향평가는 필요 없다’는 게 정부와 수자원공사의 논리였다. 하지만 댐 준공으로부터 3년이 채 지나지 않아 계획방류량 3250㎥/s을 훌쩍 넘긴 5431㎥/s을 흘려보냄으로써 이 논리는 힘을 잃었다. 반대로 지금의 남강댐을 두고 “보강댐이 아니라 신규댐”이라는 어민들의 목소리에는 힘이 더 들어갔다. 마침 정부가 댐 방류량을 더 늘리기 위한 시설을 갖추려는 만큼 이 시기에 종합적인 환경영향평가가 필요한 것은 아닌지 살펴볼 문제다.

지난 8월 남강댐 홍수방류로 온갖 쓰레기가 사천만으로 떠내려왔다. 당시 큰 피해를 입은 죽방렴 모습.(사진=뉴스사천 DB)
지난 8월 남강댐 홍수방류로 온갖 쓰레기가 사천만으로 떠내려왔다. 당시 큰 피해를 입은 죽방렴 모습.(사진=뉴스사천 DB)
지난해 8월 남강댐에서 사천만 방면으로 초당 수천톤의 물이 쏟아지면서 축동면과 곤양면 일부 마을이 침수 피해를 입었으며, 사남공단 역시 한때 침수 위기를 겪기도 했다. 
지난해 8월 남강댐에서 사천만 방면으로 초당 수천톤의 물이 쏟아지면서 축동면과 곤양면 일부 마을이 침수 피해를 입었으며, 사남공단 역시 한때 침수 위기를 겪기도 했다. 

 

남강댐의 사천만 방류는 어업 피해만 일으키지 않는다. 사천이라는 도시 전체의 성장에 발목을 잡음으로써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이런 걱정이 괜한 게 아님을 앞서 언급한 ‘남강댐 방류량 변화에 따른 하류 지역의 수리 안정성 분석 연구’가 보여 준다. 이 연구의 핵심은 방류량의 증가에 따른 사천만 주변 지역의 침수 범위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사천의 지형을 1/150의 크기로 만들어 놓은 뒤 실제처럼 물을 흘려보내는 실험까지 진행했다. 결과는? 결과가 너무 놀라웠던 탓인지 정부와 수자원공사는 이 연구의 결과보고서를 오랫동안 공개하지 않았다. 최근 들어 공개한 보고서에도 수리모형 실험의 일부 결과만 담겨 있을 뿐이다. <뉴스사천>은 이들이 공개하기 꺼리는 그 불편한 진실에 주목하려 한다.

이밖에도 남강댐을 둘러싸고 살펴야 할 점은 여럿이다. 이번 기획보도로 사천시민들이 남강댐을 더 잘 이해하는 기회가 되길 바라면서, 동시에 새로운 과제를 풀어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 남강댐과 관련한 구체적인 정보가 있는 분들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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