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세자매'

'세자매' 포스터.
'세자매' 포스터.

딱 봐도 무척이나 진부한 소재인 ‘세 자매’인데 타이틀도 <세자매>다. 흔한 이야기를 뚝심으로 풀어가겠다는 결기가 느껴진다. 보통 이 경우 이렇게 이야기한다. 모 아니면 도! 뭔가 덤덤한 이야기는 아닐 것이라고 절로 짐작이 되고, 역시 그렇다.

대체로 상처를 준 사람은 쉽게 잊어도 상처받은 사람은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는다. 그 정서적 불안 혹은 결핍은 현재의 삶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허다하다. 겉보기엔 별 일 없어 보이지만 들여다보면 상처투성이인 세자매가 주인공인 <세자매>는 보는 사람에 따라서 공감의 격차가 큰 이야기다. 오래된 상처를 역류시키며 오열할 수도 있고, 아침부터 불콰하니 취해 남 시선 신경 쓰지 않고 거리를 배회하고 싶기도 하고, 또 어떤 경우는 상기된 기억을 조용히 폐기하려 할 수도 있다. 다양한 감정이 존재한다는 것은 공감의 폭이 넓다는 이야기다. 

고요한 수면 아래 상처를 끄집어내고 터뜨리고 봉합하고 결합하는 가족의 서사는 ‘세 자매’ 역할을 맡은 배우들의 캐릭터 묘사에 기대는 바가 크다. 어느 집에나 있을 법하지만 저마다 다른 가족 간의 갈등과 애증은 세 배우의 연기를 통해 구체화된다. 가족이라는 가장 깊은 인연의 골을 앞에 두고 문소리, 김선영, 장윤주는 섬세하고 애잔하고 폭발한다. 오랜만에 너무 교훈적이지도 과하게 주도적이지도 않은 생생한 일상형 여성 캐릭터의 향연이다. 세 배우의 캐릭터 균형은 무척 안정적이어서 의도하지 않아도 리듬감이 느껴진다. 생동감 넘치는 여성 캐릭터를 보는 즐거움이 크다.

타의로 빚어진 어린 시절의 상처와 조우하며 화해하는 ‘웃픈’ 소동극 <세자매>는 보는 사람에 따라 영화의 온도가 갈리겠다. 우리 삶의 보편적 리얼리티를 관통하지만, 관객 중 그 누구와도 온전히 공감하거나 온전히 등 돌리지 않는 정서를 보여준다. 마치 삶이 그러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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