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소울'

'소울' 포스터.
'소울' 포스터.

인생은 그냥 사는 것이다. 영문도 곡절도 몰라도 그냥 하루하루를 살다 보면 인생이 되는 것이다. 어느 유명 배우가 인터뷰에서 “그럴듯한 서사 없는 인생이 어디 있는가.”라고 지나가듯이 던졌던 말이 시간이 꽤나 흐른 지금도 가슴에 박혀 있는데, Pixar의 애니메이션 <소울>은 그렇게 각자의 서사를 가진 인생들의 인생 전 이야기를 다룬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것은 시니컬한 연출 방식이다. 말하고자 하는 것이 충분하게 묵직함에도 영화의 주도권을 가진 감독이 가타부타하지 않으니 주제는 더 선명해지고 감동 또한 커진다.

<몬스터 주식회사>를 시작으로 <업>, <인사이드 아웃>에 이르기까지 피트 닥터 감독은 다친 현대인의 마음을 치유하는 마법을 부렸다. <소울> 역시 이 연장선에 있지만, 짐작대로 더 원숙해졌다. ‘태어난다는 것’, ‘산다는 것’, ‘죽는다는 것’이라는 복잡하고도 단순한 시간의 순리대로 흘러가는 삶의 순환을 따뜻하고도 깊이 있는 시선으로 들여다본다. ‘태어나기 전 세상’에 떨어진 조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영혼들의 호흡은 사실 그다지 새롭진 않으며, 메시지 역시 간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흔한 기시감을 감동으로 이끄는 것은 전적으로 내공 가득한 감독의 연출력이다. 

주인공 조의 재즈처럼 인생 역시 즉흥적이어도 된다. 목표 없이 마음 가는 대로 즐겨도 되는 게 인생이라는 깨달음이 영화를 보는 내내 각성하듯 다가온다. 극장을 나서는 순간 시간과 목표에 치여 고달픈 하루가 될지언정 이 순간만은 즐겁다. 위로를 주는 좋은 영화의 힘이다. 보는 내내 눈과 귀가 즐겁고, 보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상상과 현실의 경계가 허물어진 <소울>의 공간은 충분히 철학적이면서 충분히 대중적이다. 전체를 아우르는 연출의 시선이 부럽고 놀라울 따름이다. Pixar는 여전히 건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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