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아이엠히어'

'#아이엠히어' 포스터.
'#아이엠히어' 포스터.

낯선 곳에서 우리는 모두 이방인이다. 지금 내가 존재하고 있는 곳, 한때 살았던 곳, 잠시 머물렀던 곳처럼 익숙하거나 낯설지 않은 곳을 제외하면 세상은 온통 낯선 곳 투성이다. 이 낯선 세상, 낯선 이들을 낯설지 않은 것처럼 연결해 주는 현대 문물이 SNS다. 잘 뽑은 해시태그 하나로 누군가는 ‘셀럽’이 되고 누군가는 ‘관종’으로 지탄받기도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얼굴 모르는 어떤 이로 인해 깊은 위로를 받기도 한다. 떡하니 해시태그(#)를 제목에 붙이고 나온 영화 <#아이엠히어>는 이런 SNS 시대를 소재로 하는 영화다. 그런데 이 영화는 익명을 넘어 무명의 시대를 살고 있는 SNS 피플들이 보면 오히려 조금 낯설 수 있다. 보통 현실감이 없거나 유토피아적 공간은 SNS 상으로 제한되는데 <#아이엠히어>는 그 현실감 없음을 있음으로 치환시킨다. 낯선 한국을 찾아온 낯선 프랑스 할아버지를 통해서.

그를 한국으로 부른 것은 고작 DM(다이렉트 메시지) 한 줄이었다. DM으로 한국인 친구 수와 친해진 스테판은 수가 보낸 한국의 벚꽃 사진과 “같이 보면 좋을 텐데”란 메시지 한 줄에 한국으로 향한다. 요즘 세상에 누가 이런 인사치레 한 줄로 먼 길을 떠날까? 그런데 그 갸웃해지는 떠남의 감정과 정서는 낭만적 공간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다만 외국인의 눈으로 보기에는, 중년의 일탈이 부른 해프닝은 로드무비의 외형을 쓰고 코미디로 태세를 전환하다가 가족 영화로 마무리 짓는 모양새인데 그 과정에서 익숙한 한국 예능 프로그램들이 겹친다. 한국인들에게는 예능 혹은 인천공항 및 한국관광공사 홍보 비디오로 비칠 수 있겠지만 이 또한 외국인들의 눈으로 보면 신선할 수 있다. 모든 일이 그렇듯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의 문제다. 

마스크 없이 벚꽃을 보고 시장에 가고 사람들로 북적이는 거리를 보는 것이 참 낯설다. 코로나 이전의 일상적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는 마음이랄까. 참고로, 주연으로 이름을 올린 배두나는 그야말로 잠깐 등장하지만 존재감은 빛난다. 팬이라면 반가움과 아쉬움이 교차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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