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장자번덕 <옥수동에 서면...> 창원 장기공연 마쳐

연극 <옥수동에 서면...> 中에서 한 장면.
따뜻한 연극 한 편이 차가운 겨울바람을 이겼다. 신종플루 한파가 지역을 휩쓸던 지난달, 사천 극단 장자번덕(단장 이훈호)은 창원에서 용기를 내어 한 달 간 장기공연에 도전했다. 그들은 이번 장기 공연 동안 무엇을 얻었을까.

장자번덕은 지난달 17일부터 창원 중앙동 소재 나비예술극장에서 연극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 을 통해 창원 관객들과 만났다.

이번 연극은 10년 동안 서울의 달동네 옥수동에서 열쇠를 깎고 살고 있는 김만수와 이 집에 세들어 사는 옥수동 날건달 박문호, 밤무대 가수 조미령, 이들 세 명이 펼치는 웃기면서 따뜻한 이야기다. 90년 초 달동네 분위기를 전달하는 사실적 무대도 인상 깊다. 진지함 속에서 코믹적인 요소가 가미된 연극은 한 달 공연 내내 많은 관객을 웃기고, 울렸다.  

장자번덕의 <옥수동에 서면...>은 지난 3월 말 사천문화예술회관에서 첫선을 보여 사천시민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지난 4월에는 마산서 열린 제27회 경상남도 연극제에서 단체 금상, 연기대상, 무대예술상, 신인연기상 등 4개 부문의 상을 휩쓸기도 했다.

창원 중앙동 한서병원 뒤 편 나비예술극장
지난 13일, 마지막 공연을 앞둔 오후, 무대에서 리허설 중인 배우들을 만났다. 무대에선 배우는 김만수 역의 이정훈(32), 박문호 역의 구민혁(29), 조미령 역의 이보민(25) 씨. 이들은 지역 연극계의 젊은 피다. 배우들은 "한마디로 '되다' 하지만, 보람 있었다"고 답했다. 중견 배우 못지않은 패기로 이들은 관객들과의 만남을 즐겼다.

이번 공연을 기획했던 극단 장자번덕 사무장 겸 배우 이정훈 씨와 잠시 일문일답을 나눴다.

김만수 역을 맡은 배우 이정훈 씨.

#어떻게 이번 공연을 기획하게 됐나

올해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신종플루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유료공연들이 빵빵 사라져 추운 겨울을 맞았다. 하지만 이럴 때 역발상이 필요했다. 엄혹한 시기, 우리는 보다 많은 이들을 만나야 한다고! 추운 겨울 따뜻한 이야기 한편 들려주는 것 멋지지 않은가. 결국 저질렀다.

한 관객이 올린 공연 후기 '간만에 사람 냄새나는 연극 한편을 봤다'고 남겼다.
#이번 공연의 성과가 있었다면?

장기 공연은 배우들에게는 좋은 경험이 되었다. 무엇보다 장기공연을 소화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무엇보다 소극장은 1~2회에 끝나는 기획공연에 비해 장기 공연은 배우 자신을 돌아보고, 단련하는 계기가 됐다. 가까운 자리에서 관객들과 만나 앙상블을 이룬 점 좋았다.(실제 관객석과 무대는 배우의 땀방울하나 거친 호흡이 들릴 정도). 특하 사천에서 왔다는 말에 놀라는 창원 관객들이 많았다. 그리고 우리 홈페에지에 찾아와 소중한 후기를 남겨주시는 분들도 많았다. 

#이번 장기공연 기억에 남는 점은?

장기공연을 시도하면서 많은 실험들을 했다. 원래 연출에는 없는 장면을 넣기도 하고, 연극 중간에 코믹한 요소를 삽입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반응이 폭발적일 때는 흐뭇했지만, 준비를 많이 한 부분에 반응이 썰렁하거나, 엉뚱한 부분에서 폭발적인 반응이 나올 때 살짝 긴장하기도 했다. 특히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웃음 짓는 여학생들 때문에 NG 날뻔한 적도 많다.

공연 중에 프로 포즈를 부탁한 커플도 있었다. 적절한 애드리브로 '연인'들의 사랑을 돕기도 했다. 사실 관객이 적을 땐 걱정이 되기도 했다. 4~6명 앞에서 공연을 한 적도 있다. 평균적으로 한 공연마다 20명 이상 만났다. 사람들에게 극단 장자번덕과 사천의 이미지를 많이 알린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내년에는 부산에서 장기공연에 도전할 예정이다. 지금 함께 있는 배우들이 호흡을 맞춰 계속할 수 있다면, 충분히 전국 무대 진출도 가능하다. 좋은 연극으로 사람을 만나는 것, 또 사천을 알리는 길이다. 좋은 연극으로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싶다.


*다음은 연극 리허설 장면들을 사진으로 담아본 것이다. 연극의 생생한 분위기를 전달키 위해 여러 장면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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