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사천] '그대로 둔다'

『그대로 둔다』 서정홍 저 / 상추쌈 / 2020
『그대로 둔다』 서정홍 저 / 상추쌈 / 2020

‘가난해도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이 글을 써야 세상이 참되게 바뀐다’는 스승의 가르침으로 시를 쓰기 시작한 시인이 이순(耳順) 즈음에 가슴에 찾아온 시를 모아 덤덤히 담아냈다.

경남 합천 작은 산골 마을에서 농사지으며 ‘열매지기 공동체’와 ‘담쟁이 인문학교’를 열어 이웃들과 함께 배우고 깨달으며 살아온 인생의 맛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시인의 시는 너무 쉬워서 좋고, 순수한 우리말의 힘과 아름다움을 온전히 살려서 더 좋다. 이번에 낸 시집 『그대로 둔다』에 실린 65편의 시도 어김없이 그렇다.

그의 시를 통해 우리는 자연의 크나큰 은혜로움을, 농사짓는 하루하루의 기쁨을, 시골 마을 어르신들의 몸으로 다져진 지혜를,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마을 공동체의 넉넉함을, 장애인을 새 식구로 맞이해 깨우치는 또 다른 세상을 만난다. 바삐 걷느라 우리가 잊고 지내던 혹은 미처 보지 못하던 많은 것들이 서정홍의 시들 사이로 조용히 모습을 드러낸다. 

길을 찾아 길을 나선 사람들에게 산골 농부 시인은 함께 가자고 손을 내민다. 무엇보다 이 시집을 읽은 독자들이 자신의 이야기와 더 깊이 만나는 마중물이 되었으면 한다. 기후 비상사태란 말까지 들리는 어지러운 세상,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19로 불안한 시대에 시가 어떤 ‘길’을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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