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익고 낯선 우리말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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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고 낯선 우리말 (4)
  • 송창섭 시인
  • 승인 2021.01.05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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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섭 시인.
송창섭 시인.

흔히 쓰는 말 “감사드려요”를 보겠습니다. 과거 “표준 화법 해설”에서는 ‘감사, 축하’라는 말은 자신이 고맙게 느끼고 축하하는 일이라서 공손한 행위의 뜻을 더하는 ‘-드리다’와 어울려 쓸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개정한 “표준 언어 예절”에서는 “‘축하드립니다’는 ‘축하합니다’보다 높임의 뜻을 더욱 분명히 드러내 보인 것이다. 상대를 높이는 뜻에서 ‘감사합니다’를 ‘감사드립니다’로, ‘약속합니다’를 ‘약속드립니다’로 표현하는 것은 ‘축하합니다’를 ‘축하드립니다’로 표현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라고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곧 ‘감사, 축하, 약속’에 붙는 ‘-하다, -드리다’는 모두 올바른 표현이며, 다만 ‘-드리다’가 붙으면 조금 더 공손함을 나타낸다는 의미로 해석한 것입니다. 이를 통해 언어의 역사성과 언중의 힘이 말의 꼴과 의미 그리고 쓰임새를 변화시키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신조어 중에 ‘답정너’란 말이 있습니다. “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라는 뜻입니다. 질의와 응답이 이미 비정상성을 띠고 있습니다. 인격을 존중하거나 개인 의사를 수용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습니다. 모든 걸 무시하고 강요에 따라 기계적으로 말하고 반응하라는 표현 억압이요 표현 착취입니다. 

‘젊꼰’, 들어 보셨지요. ‘꼰대’는 1960년 대 ‘아버지나 교사 등 나이 많은 남자’를 가리켜 학생이나 청소년들이 쓰던 은어였으며, ‘영감 걸인’을 가리키는 걸인 집단의 은어였습니다. 최근에는 자신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일반화하여 타인에게 설교하고 강요하는 꼰대질을 일삼는 직장 상사나 나이 많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의미가 바뀐 속어입니다. 그런데 과거와 달리 직장 상사나 나이 많은 사람이 20대 후반이거나 30대 젊은 층인 경우가 생겼습니다. 이렇듯 꼰대질하는 젊은 층을 일러 ‘젊꼰(젊은 꼰대)’이라 합니다. 시대와 현실 상황이 언어를 통해 어떻게 표출되는지 잘 엿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잠깐 쓰이고는 사라지는 유행어 중에서도 생명이 극히 짧은 빤짝말이 있습니다. ‘팔치올.’ 무슨 뜻일까요. 성적이 부진한 어느 야구팀 감독이 한 말입니다. 선수들에게는 용기를, 팬들에게는 희망을 주기 위해서 한 것이지요. ‘팔월에는 치고 올라간다.’는 말의 어절 첫 글자만 따서 썼습니다. 지는 경기보다 이기는 경기를 많이 가져가겠다는 선언이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일상생활에서 많은 말들을 마구잡이로 엮어 쓰고 있습니다. TV 오락물의 난폭한 자막 처리 같은 무분별한 언어 파괴자들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말은 겨레의 혼이라 했습니다. 언어엔 그 민족의 정서가 깃들어 있고 역사가 배어 있기에 생명줄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잘 쓰지 않는 낯선 말이라 하여 무조건 팽개칠 수는 없지만, 자주 들어 낯익고 자연스럽다 하여 무조건 옳다고 받아들일 수도 없습니다. 변화의 바람이 거세긴 하지만 그 나름 쓰임새의 명분이나 근거는 있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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