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삼조 시인.
정삼조 시인.

우연한 기회에 삼천포종합사회복지관에서 발행한 2019년 성인문해교실 문집 『내 나이가 어때서』를 접할 기회가 있었다. 성인문해교육이란 18세 이상의 성인 중 글자를 읽고 쓸 수 없는 사람인 비문해자들이 글자를 읽고 글을 쓰는 것을 학습하는 교육 활동을 말한다고 한다. 18세 이상이라고 했지만, 이 교육의 실제 수혜자는 대체로 70대, 80대의 할머니들이 주축을 이루는 것 같다. 이 연령대의 여성 중 상당수가 여러 사정으로 학교 교육을 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글을 몰라서 감당할 수밖에 없었던 여러 불편과 불이익과 자괴감이 얼마나 컸으랴. 그 오래된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손자 손녀들의 응원을 받으며 이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용기를 내어 문해교실의 문을 설레는 마음으로 두드렸을 것이다. 가고 싶었으나 가지 못했던 학교, 배우고 싶었으나 기회가 없었던 글자를 배우며 그분들은 대략 60년 70년이 넘는 세월을 거슬러 갔으리라. 그러니 마음이 절로 어려져 글자의 호숫가를 찾아가는, ‘어린’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빛나는 눈동자가 자연스럽게 그려지는 참으로 의미 있는 문해교실 문집이었다.

글쓰기의 가장 큰 미덕은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데 있다고 한다. 흔히, 말하듯이 쓰면 글이 된다고 쉽게 말하지만, 말로 하는 것과 글을 쓰는 일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말에도 논리가 물론 있어야 하지만 직접 대면하는 말하기는 대부분의 경우 의사를 전달하는 데에 큰 어려움이 없다. 논리가 다소 부족하더라도 서로의 대화를 통해 그 논리 부재를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대면하여 직접 말하는 방식이 아닌 대신 시간의 여유가 있다. 읽는 사람을 일일이 찾아가 해명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글 자체가 설득력 있는 논리를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그 여유를 통해 끊임없이 고칠 수 있고 또 그래야 하는 것이 글쓰기다. 글쓰기에는 계획이 있어야 하고 적절한 기교도 있어야 하며, 그와 함께 글을 쓰면 생각하는 힘이 길러지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꾸민 이 문집에는 이 글쓰기의 과정을 깨쳐가는 재미가 은근히 반영되어 있다. 글쓰기를 자주 하다 보면 글쓰기의 계획이 글 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현(發顯)되고는 한다. 수많은 말 중에서 어떤 말이 더 효과적일 것인가 하는 일이 저절로 되고 말의 순서도 자연스럽게 놓여 논리가 되는 것이다. 이런 글쓰기의 과정을 거쳐, 인생의 경험이 밴 큰 글도 조만간 나오리라 믿는다.

문해교실을 운영하는 복지관 선생님들과 실무자님들의 노고가 묻어난 문집에 경의를 표하며, 큰 용기를 내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문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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