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주련 훼손·소각 의심’ 민원 들어오자 수사 의뢰
70년대 이전 사진에 있던 주련…수십 년 간 기록 없어
A씨 “실체 없는데 훼손범으로 몰려”…수사 난항 예상

효당 최범술 스님 문집 1권에 실린 다솔사 대양루 사진. 이 사진은 국제신문의 전신인 국제신보에 실린 사진으로 1970년대 이전 사진으로 추정된다. 주련으로 보이는 글씨가 2층 기둥에 선명하다.
효당 최범술 스님 문집 1권에 실린 다솔사 대양루 사진. 이 사진은 국제신문의 전신인 국제신보에 실린 사진으로 1970년대 이전 사진으로 추정된다. 주련으로 보이는 글씨가 2층 기둥에 선명하다.

[뉴스사천=강무성 기자] 사천시 곤명면 소재 다솔사 대양루에 걸려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주련(柱聯·기둥이나 벽에 장식으로 써서 붙이는 글귀)의 행방을 두고, 사천시와 사천경찰서가 고민에 빠졌다. 

다솔사 주련은 근대 철학자이자 한학자인 김범부(金凡父)선생의 오언율시(五言律詩)로, 당대 명필가인 성파 하동주 선생의 유묵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존하는 대양루는 1758년(영조 34년)에 지은 것으로, 마당을 가운데 두고 적멸보궁(寂滅寶宮)과 마주보고 있다.

12월 초 사천시는 “다솔사 주련을 보관하고 있던 주민이 이를 무단 소각한 것 같다”는 한 시민의 신고를 받고 현장조사에 나섰다. 하지만 당시 시 문화체육과는 다솔사 주련의 존재 여부와 민간인 소유나 훼손 여부 등을 확인하지 못했다. 이어 12월 9일께 이 사건의 진상을 밝혀 달라며 사천경찰서에 수사의뢰했다.

수사의뢰를 받은 사천경찰서도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옛 사진 기록 등에서 과거 다솔사 대양루에 주련이 걸려 있었다는 사실만 확인했을 뿐, 주련이 사라진 시기를 특정하지 못했다. 민간인 소유 여부 역시 확인하지 못했다. 

다솔사 대양루는 1972년 2월 16일께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83호로 지정됐다. 당시 유형문화재 지정 관련 기록이나 이후 개보수 공사 관련 기록 등에도 주련과 관련된 언급이 없었던 것. 결국 사천경찰서는 역대 주지스님 연락처를 구해 주련과 관련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자 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주련과 관련된 기록은 국제신문의 전신인 국제신보에 실린 내용으로, 1970년대 이전 사진이다. 

주련을 소각 한 것으로 의심받는 주민 A씨는 “집안 행사를 앞두고 집 청소하는 과정에서 헛간에서 나온 여러 물품을 태운 것은 사실이지만 확실히 주련 형태는 아니었다”며 “아무런 실체가 없는데 문화재급 주련을 훼손한 사람처럼 몰려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사천시를 상대로 진정서를 넣은 상태다. 

사천시 문화체육과 문화재팀 관계자는 “제보 전화를 받고 현장에 가보니 무언가 탄 흔적만 있었다”며 “저희도 주련이 맞는 지, 실제 내용을 파악하고 싶어 경찰에 수사의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다솔사 관계자는 “최근 언론보도를 보고 문의전화가 많이 오는데, 저희도 주련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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