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이어온 ‘와룡문화제’ 역사 속으로...
문화재단, “이름에 걸맞게 내용도 바꾼다”
내년 10월 28~31일 사천에어쇼와 동시 개최
‘축제 명칭 변경’ 두고 일부에선 “아쉬워”

와룡문화제 '용기진놀이' 모습.
와룡문화제 '용기진놀이' 모습.

[뉴스사천=고해린 기자] 사천의 대표 축제인 ‘와룡문화제’가 ‘고려현종대왕축제’로 이름을 바꾸고, 새로운 변화를 꾀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축제 명칭 변경 과정에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사천문화재단은 와룡문화제의 축제 명칭을 ‘고려현종대왕축제’로 변경하고, 내년 10월 28일부터 31일까지 나흘간 사천에어쇼와 동시에 개최한다고 16일 밝혔다.

 

축제 변경 이유와 진행 과정

축제 명칭 변경은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문화재단은 △사천시만의 독창적인 문화 콘텐츠 개발, △고려 현종과 ‘풍패지향’ 사천의 역사 재조명, △지역화합형 축제에서 나아가 문화관광형 축제 추진 등의 필요성을 들어 축제 변경을 추진해왔다.

7월 30일 축제콘텐츠 개발 용역 중간보고회를 시작으로, 9월 2일부터 17일까지 사천지역 문화예술단체장이 참석한 7회의 간담회가 열렸다. 9월 15일에는 사천시의회 고려 현종 대왕축제 추진 설명회가 진행됐다. 

9월 중엔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시민 대토론회’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과 2단계 격상으로 무산됐다. 대신 9월 24일부터 10월 8일까지 사천시민을 대상으로 축제 명칭 변경과 관련한 온오프라인 설문조사가 진행됐다. 조사는 서울에 있는 여론조사기관이 맡았다. 1592명이 응답한 설문조사 결과, 69.2%가 축제 명칭 변경에 ‘동의’했고, 11.2%가 ‘잘 모르겠다’는 의견을, 19.6%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11월 6일에는 사천시의회 업무보고가 있었다. 시의회 차원에서는 절차상의 문제나 반대 의견이 없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삼수 사천시의회 의장은 “시의회에서는 일단 시민들의 뜻을 묻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했다”며 “시민 여론조사 결과에서 명칭 변경을 찬성하는 쪽이 높게 나왔고, 설명회, 간담회, 업무 보고 등 절차적인 문제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구정화 행정관광위 위원장은 “행정관광위에서 반대 의견은 없었다”며 “이전부터 정동면민들은 정동면에서 열리는 ‘고려현종대왕제’를 좀 더 키워서 시 규모 축제로 만들자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축제 변경 과정에서 정동면민들과는 충분한 대화가 이뤄진 걸로 안다”고 답했다. 

이런 과정을 거친 뒤, 시정조정위원회가 11월 24일 축제 명칭을 변경을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와룡문화제를 관람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와룡문화제를 관람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명칭 변경에 ‘아쉬움’ 있어

와룡문화제는 1995년 사천·삼천포 통합시 출범과 함께 24년간 개최된 사천의 대표 축제다. 그렇기에 축제 명칭 변경을 두고 아쉬움을 드러내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경숙 시의원은 18일 오전 제249회 사천시의회 2차 정례회 3차 본회의 시정질문자로 나서, 축제 명칭 변경에 대해 지적했다. 김 의원은 특히 시민 설문조사에서 동지역 시민들의 응답률이 30%에 그쳤다며, 삼천포 지역과 서부권 지역민의 축제 명칭 변경에 이견이 있을 수 있고, 축제 명칭 변경에 충분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 아니냐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와룡문화제가 더 나은 축제로 발전되기 위해서라면 축제 명칭과 성격을 변경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본다”면서도 “축제를 향유하는 지역민들의 이해와 공감이 사전에 전제되어 있어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적극적인 행정의 역할이 부족하지 않았나 아쉽다”라고 말했다. 

시민들도 기대감과 우려감이 섞인 시선을 던지고 있다. 

사천읍에 사는 오모 씨(39)는 “이번 명칭 변경을 계기로 축제가 더 전국적으로 알려질 수도 있다”며 “하지만, 명칭 변경에서 나아가 사람들이 기존 축제와 차별성을 느낄 수 있는 요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벌리동에 사는 김모 씨(47)는 “‘와룡문화제’는 그래도 와룡산이 연상되고 읍지역과 동지역을 아우르는 느낌인데, ‘고려현종대왕축제’가 사천 전체를 아우르는 축제 이름인지 의문이 든다”며 “타지 사람들은 사천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고려 현종은 더 생소하다. 아는 사람만 아는 ‘그들만의 리그’가 되는 게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와룡퍼레이드에 참여한 향촌동민 모습.
와룡퍼레이드에 참여한 향촌동민 모습.

 

축제는 어떻게 바뀌나?

사천문화재단은 우선 축제 명칭을 ‘와룡문화제’에서 ‘고려현종대왕축제’로 변경했다. 축제 기간도 3일에서 4일로 늘었다. 축제 일정도 4월에서 10월로 변경했다.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내년 4월 개최는 불투명하다고 보고, 10월 28일부터 31일까지 사천에어쇼와 동시에 개최할 예정이다. 또한, 축제 주도 주체를 사천문화재단에서 고려현종대왕축제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민간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변경한다. 축제 총 감독제도 도입된다. 

이밖에도 와룡문화제의 대표 프로그램이었던 ‘용놀이·읍면동 퍼레이드’ 대신 ‘팔관회(임금 행렬, 백희가무), 연등회, 전국 거리 퍼레이드 경연대회와 문화퍼레이드’를 추진한다. 퍼레이드  길이도 기존의 100m 규모에서, 360m 규모로 확대한다.     

주제 프로그램으로는 고려 현종 콘텐츠를 특화하기 위해 현종의 일대기, 고려촌 저잣거리로 꾸민 구역을 만들고, 고려현종을 소재로 한 뮤지컬·마당극, 고려복식 패션쇼·세미나, 초조대장경 이운행렬, 제례 봉행 등을 준비한다. 또한 신규 프로그램으로는 배방사·고자봉 순례투어, 사천 문화 역사 골든벨, 청소년 과거 시험제, 현종과 찰칵! 사진 콘테스트 등이 진행된다. 

아울러 정동면에서 개최해오던 ‘고려현종대왕제’는 ‘고려현종대왕축제’에 통합돼 진행되며, 사남면 능화마을의 ‘고려안종추모귀룡제’는 왕욱에 대한 제례와 능지를 관리하는 등 별도로 관리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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