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발전, ‘에너지 전환 중장기 로드맵’ 구상
“2030년까지 5조 4832억 원 투입한다”
수소·햇빛·바람···미래 에너지로 석탄화력 대체
발전소 “코로나19 그치면 주민설명회 열어 소통”

삼천포발전본부의 미래상을 담은 조감도.(자료=KOEN)
삼천포발전본부의 미래상을 담은 조감도.(자료=KOEN)

[뉴스사천=하병주 기자] 한국남동발전㈜(=KOEN)이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삼천포화력발전소를 수소와 햇빛 등 새로운 연료를 활용하는 발전소로 탈바꿈시킬 방침이다. 삼천포발전본부는 이 같은 계획을 담은 ‘에너지 전환 중장기 로드맵’ 구상에 들어갔다.

‘국내 최초 대용량 석탄 전소 발전소’라는 꼬리표가 붙는 삼천포화력발전소는 1970년대 오일 쇼크 영향으로 정부가 ‘석유 의존 전원 정책’에 변화를 주면서 탄생했다. 1977년 ‘제4차 전원개발 5개년 계획’에 반영된 뒤 5~6년의 건설 기간을 거쳐 1983년 8월에 1호기, 이듬해 2월에 2호기가 준공한 것이다.

이어 1994년 3월에는 3·4호기, 1997년 7월에는 5·6호기까지 준공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전체 화력 발전량은 3240MW에 이른다. 여기에 소수력 6MW, 태양광 13.88MW, 태양광 연계 ESS(에너지 저장 시스템) 12.5MW까지 더하면 삼천포화력발전소의 1일 총 발전량은 6만8000MWh이다. 이는 부산광역시의 1일 전력사용량에 해당하는 규모로서, 우리나라 남부권에선 결코 무시하기 힘든 전력 생산 임무를 맡아 왔다.

하지만 이제는 그 명성을 조금씩 잃고 있다. 발전기의 수명이 다해가는 탓이다. 정부는 올해로 37년째를 맞은 1·2호기를 지난 4월 30일까지만 가동토록 할 예정이었으나 5·6호기의 환경개선설비공사가 늦어지면서 종료 시점을 늦추고 있다. 게다가 3·4호기의 예정된 수명은 2023년 3월이며, 5·6호기도 2027년 9월까지만 가동하겠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대로라면 2028년부터는 삼천포화력발전소의 운명은 ‘알 수 없음’이다.

그러나 KOEN은 삼천포화력발전소를 역사의 뒤편으로 보낼 생각이 아직은 없는 모양이다. 뉴스사천의 취재에 따르면, 남동발전은 삼천포화력발전소를 새롭게 활용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이른바 ‘에너지 전환 중장기 로드맵’을 구상 중이다.

삼천포화력발전소의 ‘에너지 전환 중장기 로드맵’을 담은 도표.
삼천포화력발전소의 ‘에너지 전환 중장기 로드맵’을 담은 도표.(자료=KOEN)

이와 관련해 임다두 삼천포발전본부장은 “정부의 저탄소 경제 정책에 호응하면서 고용과 투자를 동시에 늘리는 방향으로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민들도 삼천포화력발전소가 이대로 사라지기보다 지역경제의 한 축을 계속 맡아주길 바라는 것으로 안다”며, “좋은 로드맵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했다.

임 본부장이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삼천포화력발전소 중장기 로드맵의 한가운데 있는 건 ‘수소 혼소 LNG 복합발전’이다. 이는 LNG(=액화천연가스)만 연료로 사용하던 기존의 복합발전 방식에서 수소를 섞어 쓰는 개념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정부의 수소산업 성장 의지와도 맞닿아 있다. 아직은 연구 단계에 있는 개념이나, 경남도가 KOEN과 공동으로 신청한 사업을 산업통상자원부가 올해 8월에 ‘에너지산업 융복합단지 조성사업’ 대상으로 받아줌으로써 관련 기술개발의 길이 열렸다.

이 사업에는 KOEN 외에도 경남TP, 두산중공업, 한국기계연구원 등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경남TP가 이 사업을 수행하는 주체라면, 기계연구원은 수소혼소 연소기 개발을, 두산중공업은 수소혼소 가스터빈 개발과 운영을 맡는다. 기술을 종합해 수소혼소 발전소를 짓고 운영하는 건 KOEN의 몫이다. 이렇게 태어날 우리나라 최초 수소혼소발전소(1650MW)가 바로 삼천포화력발전소에 들어서는 셈이다. 예상되는 준공 시기는 2030년 무렵이며, 위치는 지금의 제3회처리장이다.

삼천포화력발전소의 ‘에너지 전환 중장기 로드맵’에는 LNG 연료를 쓰는 복합화력 발전기 2기 운영 계획도 담겼다. 복합화력은 1차로 가스터빈을 돌려 발전하고, 이 과정에 나오는 열로 다시 2차 증기터빈을 돌리는 발전 시스템이다. 기존의 5·6호기가 가동을 멈추는 2028년께 준공할 예정이다.

여기에 햇빛과 바람을 이용한 발전설비도 더 갖춘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제4회처리장에는 2022년까지 30MW 규모의 수상 태양광 시설을 갖출 예정이다. 제2회처리장에도 2024년까지 20MW급 태양광 발전 설비를 갖춘다. 바람을 이용하는 풍력발전 설비는 통영시 욕지도 근처 해상에 세우기 위해 준비 중이다. 400MW급으로 2027년에 준공하는 게 목표다. 인근 주민과 어민들의 반발은 풀어야 할 숙제다.

이밖에 굴 껍데기를 탈황 흡수제로 활용하는 방안, 영농을 겸하는 태양광 발전 사업, 온배수를 이용해 양식업을 지원하는 사업 등도 주요하게 검토하고 있다.

삼천포화력발전소 전경.
삼천포화력발전소 전경.

삼천포발전본부는 이러한 로드맵이 안정적으로 진행될 경우 2030년까지 5조 4832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른 일자리와 경제 활동 인구의 증가도 적지 않으리란 전망이다. 그러나 삼천포화력발전소가 고성군에 있는 탓에 사천시로선 지방세나 지역자원시설세의 수익은 기대하기 힘들다.

다만 삼천포화력발전소의 ‘에너지 전환 중장기 로드맵’이 확정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여기에는 지역민들과 소통하는 시간도 포함된다.

삼천포발전본부 전성무 기획홍보부장은 “로드맵 안이 다듬어지고 코로나19 상황이 가라앉는 대로 주민설명회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과정에 지역민이 사업에 참여하는 방안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해, 지역민의 사업 참여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