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내가 죽던 날'

'내가 죽던 날' 포스터.
'내가 죽던 날' 포스터.

누군가는 인생을 희극이라 말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삶 자체가 고해라고 이야기한다. 누구나 한 번 태어나서 한 번 죽는다는 불변의 공통점을 제외하면 이 세상 그 어느 누구도 똑같은 삶을 살지 않는다. 삶을 대하는 자세나 태도가 비슷하다 해도 들여다보면 제각각의 무늬와 결이 존재한다. 그래서 타인의 삶을 깊이 공감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내가 죽던 날>은 대성통곡까지는 아니더라도 눈물샘을 터뜨릴 각오 정도는 필요하리라 생각했지만, 그 예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내가 죽던 날>은 공감과 연대의 서사다. 서로 다른 삶을 살던 세 여성이 어떻게 서로의 삶을 보듬으면서 연대하는지를 차분하고 섬세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이야기는 무척이나 아프지만 묘사는 덤덤하다. 뛰어난 데뷔작을 선보인 감독이 워낙 많아지다 보니 더 이상 놀라울 것도 없을 법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장편치고는 꽤나 정돈된 느낌을 준다. 말하고자 하는 바를 향해가는 집중력도 놀랍고 캐릭터를 조율하는 디렉팅도 좋다. 

영화는 유서 한 장 남기고 사라진 소녀와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의 이야기지만 미스터리의 색채는 약하다. 범죄 수사물의 외피를 두르고 있으나 오히려 드라마적 장점이 강하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드라마의 색깔이 도드라지는 것은 섬세하게 계산된 연출 덕분이다. 김혜수, 이정은, 노정의가 이뤄내는 캐릭터의 조화는 이 영화의 주제를 더 선명하게 만드는 일등 공신이다. 특히 목소리를 잃은 순천댁을 연기한 이정은의 연기는 새삼 이 배우의 존재감을 각성하게 할 만큼 인상적이다. 

<내가 죽던 날>은 위로와 공감의 이야기다. 주인공인 세 여성은 각자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서로의 삶을 다독이고 보듬으면서 종내에는 관객들의 눈물을 훔치게 만든다. 영화의 톤이 묵직하다 보니 재미는 조금 덜할 수 있겠지만 감동 자체가 옅어지지는 않는다. 좋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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