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분양 아파트 곧 공매, 피해자들 “제발 우리에게” 호소

경남 사천의 한 아파트. 세대 곳곳에 '유치권 행사중'임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렸다. 사기 분양/임대로 이 아파트 31세대가 피해를 입었다. 최근 공매가 예고되면서 피해입주민은 자신의 집을 다시 사야하는 처지에 놓였다.
분양/임대 사기를 당한 경남 사천의 한 아파트 입주민들이 한국자산관리공사가 공매를 추진한다는 소식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공매에 응할 계획이지만 중간에 제3자가 끼어들지나 않을까 노심초사 하고 있다.

이 아파트의 분양/임대 사기 소식은 지난 9월15일자 <‘분양·임대 사기’ 위기의 입주민들>이란 기사로 보도한 바 있다.

당시 보도 내용을 요약하면, 한 사원 아파트로 출발한 이 아파트(A)를 업체 B가 2007년 초에 사들였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분양이 안 이뤄져 A를 담보로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게 되고, 그 과정에 자산신탁회사 C와 부동산담보신탁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에는 C신탁의 동의 없이 B가 담보물건인 아파트를 임대나 분양할 수 없도록 돼 있었지만, 이후 B는 일부 상가를 포함해 31세대와 C신탁의 동의 없이 분양 또는 임대 계약을 맺었다. 금액으로는 900~8700만원으로 다양하고, 총액이 12억7900만원에 달한다.

분양 사기를 저지른 업체 대표는 이미 구속됐다. 하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입주민들 몫이다.
뒤늦게 문제를 파악한 입주민들이 B에 항의했지만 이미 때가 늦었다. B는 이미 부도를 맞았고, 대표는 구속됐다. B는 나머지 미분양세대를 일괄 매각한 뒤 문제를 풀겠다고 했지만 이 역시 지지부진.

결국 B에 대출해줬던 은행은 관련 채권을 부실채권으로 분류해 한국자산관리공사로 넘겼다. 이에 한국자산관리공사와 C신탁은 한 때 이 채권을 한꺼번에 매각할까 검토했지만, 피해 입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최근 비정상세대만 공개매각 한다는 입장을 정하고 이를 공고했다. (피해입주민 요청으로 공매 날짜는 밝히지 않음)

입주민들의 주장은 받아들여졌지만 그들의 한숨은 여전히 깊다. 이미 낸 분양금 또는 전세금을 고스란히 날리고, 살고 있는 아파트를 다시 사야한다고 생각하니 앞날이 막막한 것이다.

지난 토요일 오후(5일) 이 아파트를 찾아 분양/전세 사기 피해를 당한 입주민 몇몇을 만났다. 그들은 비장하고도 처절함이 묻어 있는 말들을 쏟아냈다.

“(이미 전세금으로 지불한)돈이 아깝지만 어쩌겠습니까, 다시 (분양)받아야지. 문제는 다시 받을 수 있는가 하는 거죠. 중간에 다른 사람이 끼어들면, 그때는 정말 어째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일이 잘 안 됐을 때는 누군가 죽는 사람 진짜 나올 거라는 얘기가 나돕니다.”

“분양 가격도 만만찮아요. 마지막 6차 공매까지 가야 주변 시세와 비슷해지는데, 다들 빚을 내야 할 형편입니다. 일부는 도저히 빚낼 형편도 안 돼 손을 놓은 집도 있어요.”

“집을 두 번 사야하는 심정, 아십니까? 무슨 이런 일이... (다른 사람들에게는)제발 다른 집 알아보라고 부탁할 겁니다. 하소연해도 안 되면, 그 땐 몸으로라도 막아야지요.”


사기 분양/임대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펼침막.
피해 입주민들은 조만간 있을 C신탁의 공매에 응해 낙찰을 받는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집을 두 번 사야하는 경우나 전세금을 날리고 다시 집을 사야하는 것이 억울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이 겨울에 집을 당장 비워야 하니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게 그들의 하소연이다.

이들 대부분은 분양을 받음과 동시에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아파트대금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라, 결국 빚으로 집을 사는 셈이다. 어떤 이는 “이 집 때문에 대출을 두 번 낸다”면서 혀를 차기도 했다.

그러나 공매에서 이들 피해입주민들이 낙찰 받는다는 보장은 없다. 특별히 우선권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어서 일반인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들은 최종 6차 공매가 진행될 때까지 공매현장을 찾는 일반인들에게 ‘읍소작전’이라도 펼칠 생각이다.

“제발 딱한 우리 사정을 이해하시고, 다른 분들은 이번 공매에 참여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희에게서 마지막 삶의 희망을 거두지 마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피해입주민 정경숙 씨의 말이다.

사실 C신탁이 밝힌 공매예정가격은 현재 사천시에서 거래되는 아파트거래가격과 비교할 때 조금 높은 편이다.

피해입주민 정경숙씨가 공매 공고문을 보면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전용면적 60㎡를 기준으로 비슷한 아파트 매매가격(선호 층)을 살펴보면, 동강아뜨리에, 송보파인빌, 대방빌리지, 사천한보훼미리타운이 평균 6500~7000만원 선이다. 이에 비해 A아파트의 공매예정가격은 1차 1억790만원, 2차 9820만원, ..., 5차 7410만원, 6차 6740만원으로, 최종 6차 공매까지 가야 인근 아파트 시세와 비슷해지는 셈이다.

따라서 피해입주민들도 5~6차 공매에 가서야 입찰자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불법 사기분양, 임대로 전재산 다날렸다! 우리집을 건드리지 마라!’ ‘내 처와 어린자식들을 길 밖으로 내몰지 마라!’ ‘뱃속의 어린 생명에게 태어날 때부터 집을 빼앗겼노라고 말해주고 싶지 않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등의 펼침막을 준비하고, 공매일에 맞춰 상경할 예정이다.

그러나 그들의 계획대로 5차까지 유찰을 이끌어내고, 이후 6차 공매에서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집을 낙찰 받게 될지는 미지수다. 경우에 따라서는 물리적 충돌과 함께 또 다른 문제로 번지지 않을까 염려스런 상황이다.

분양/임대 사기 피해를 입은 사천의 한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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