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거북선길’을 가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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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거북선길’을 가다 3
  • 송창섭 시인
  • 승인 2020.11.10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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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섭 시인.
송창섭 시인.

다른 하나는 사천 블랙이글스가 곡예비행을 하는 형상을 본뜬 가로등입니다. 솟구치는 품새는 마치 살아 있는 열정과 같아 부드러운 곡선을 내뿜으며 힘차게 발돋음합니다. 하늘을 나는 역동적인 움직임은 잔잔한 피를 들끓게 만드는 신비한 영험이 있습니다. 

어느새 당간마당이군요. 제가 ‘최초 거북선길’을 찾는 까닭을 이야기 속에 슬며시 풀었지만, 문화적 가치가 있고 효율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한 가지를 덧붙입니다. 

대포마을에서 당간마당까지의 거리는 대략 3.7km입니다. 이 구간에 이어지는 방파제는 빨주노초파남보의 무지갯빛 일곱 색깔로 채색을 해 놓았습니다. 이 길을 무지갯빛해안로라고 말하는 요인입니다. 일곱 색깔 바닷길이라 해도 괜찮겠지요. 여기에다 저는 욕심을 부려 봅니다. 당간마당에서 종포, 선진을 거쳐 해안산업로까지 그리고 대포마을에서 영복, 실안을 지나 삼천포대교공원, 늑도, 남일대까지 온통 무지갯빛 방파제로 만드는 겁니다. 방파제가 없는 곳은 새로 설치해서 더 멋있고 이미지가 진한 길을 만들면 좋겠거든요. 작은 도시가 내뿜는 빛이 숭고미를 띤다면 우리나라를 서울공화국이라 말하는 오명을 벗기는 데에도 일조하겠지요.  

중남미 국가 중에는 혁명의 아이콘이라 불릴 만큼 강한 상징성을 지닌 나라가 있습니다.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넉넉지 않은 경제 상황임에도 모든 국민에게 의료와 교육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는 신기한 나라, 믿기 어려운 궁금증이 가득한 나라, 쿠바입니다. 

그들은 카리브해에서 밀려오는 거친 파도를 막기 위해 방파제를 쌓았습니다. 이를 스페인어로 말레꼰malecón이라 합니다. 수도 아바나의 그것은 1959년에 완공한 것으로 길이가 8km며 올드 아바나 북쪽에서 센트로 아바나를 지나 베다도까지 이어집니다. 이보다는 길이가 짧지만 시엔푸에고스에도 센트로와 푼타 고르다를 연결하는 방파제가 있어, 새로운 멋과 낭만으로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사람들을 불러들입니다. 말레꼰은 쿠바인은 물론 여행자들에게조차도 단순한 의미의 방파제가 아닙니다. 휴식 공간이요 낚시터며 노을 감상터입니다. 산책로이자 음악을 듣고 대화를 나누는 생의 공간을 의미합니다. 

우리 마을에도 ‘최초 거북선길’이 있고, 그 길엔 일곱 색깔의 아름다움으로 자리 잡은 방파제가 있습니다. 이를 가리켜 ‘사천 일곱색깔방파제(사천 세븐컬러말레꼰Sacheon seven-color malecón)’라 명명하면 좋겠다 여겼습니다. ‘사천 무지개방파제Sacheon rainbow malecón’란 이름보다는 낫다는 생각입니다. 만약 사천시가 이 같은 사업을 추진다면, 저 개인적으로는 색깔도 흑백을 더해 아홉색깔방파제nine-color malecón를 만들면 더 멋있지 않을까요. 그리고는 봄-여름-가을-겨울 이 일대를 유익하고 친근한 삶터로 탈바꿈시켜, 볼거리를 제공하고 토속적인 먹을거리를 키우며 소장 가치가 있거나 선물할 토속 기념품을 개발하면 한층 뜻깊을 것입니다. 남도기행의 필수 코스로 거듭나는 것이 한낱 꿈은 아니니까요. 

변화의 시초는 하찮지만 누구에게나 새로운 출발은 쉽지가 않습니다. 주변의 관심을 이끌고 설득하려 해도 비아냥거리며 비난받기 일쑤입니다. 이 순간 열악한 환경을 무시하고 이겨내려는 불굴의 의지가 일을 냅니다. 기적이란, 불가능하다고 여긴 생각이 낳은 착시 현상에 불과합니다. 사람의 일을 어찌 기적이라 하겠습니까. 희생하지 않고 노력하지 않고 어떤 거대한 결과를 얻는다면 이야말로 기적이거나 기만 중 하나겠지요. 마음가짐을 어떻게 하느냐가 성패의 든든한 밑거름이 됨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어렵다는 푸념 대신에 지혜를 모으고 모은 지혜를 과감하게 양심적 실천으로 잇는다면, 어떤 난제도 허물어뜨릴 수 있는 창조적 힘이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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